우리나라에서 급성 심정지로 인해 의료기관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가 연간 3만 건에 달하고 있지만, 심정지 환자의 생과 사를 결정짓는 초동 조치, 즉 환자 발견 당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비율은 고작 17%인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국민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심폐소생협회는 지난 6일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심정지 환자 현황과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 그리고 선진국과의 현황 비교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심폐소생술에 대한 국민적 인식 부족이 심각한 상황임을 알렸다.
협회 측 설명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19 구급대를 통해 의료기관 응급실로 이송된 급성 심정지 환자는 연간 약 3만 건, 그러나 이들 중 생존하는 환자는 7.6%밖에 안되며 뇌기능을 회복하는 환자는 고작 4.2%로, 결국 95.8%의 환자가 사망하거나 생존해도 뇌기능을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정지 환자에서 생과 사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대처가 바로 심폐소생술이다. 얼마나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냐에 따라 환자의 생존율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심정지가 발생하면 이로 인해 혈류의 공급이 중단되고, 산소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세포의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심정지 환자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이 뇌손상인데, 뇌로의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뇌세포에 손상이 일어나며, 이는 환자의 생존 후 예후를 좌우하는 가장 큰 지표가 되기 때문.
협회는 심정지 발생 시 환자가 뇌손상 없이 회복 가능한 골든타임은 ‘4분’이라고 말한다. 4분 이상 뇌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손상이 발생하고,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 노태호 홍보위원장(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심정지 발생 시 1분 경과마다 뇌기능이 10%씩 감소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결국 심정지 환자에서 10분 이상 뇌로 산소 공급이 안될 경우 환자는 심한 뇌손상이나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정지 발견 후 119를 호출할 경우 5분 이내에 도착할 확률은 낮으며, 전국적으로 평균 9분이란 시간이 소요된다”고 부언했다.
결국 의료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시점에는 이미 심정지 환자의 뇌손상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라는 것. 때문에 노태호 홍보이사는 일반인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9월 발표한 2017년 급성심장정지조사 최신 통계자료에 따르면, 심정지 발생 장소는 공공장소가 19.4%, 비공공장소가 65.7%로, 제한된 공간에서 다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경우 환자가 심정지를 일으키는 것을 목격한 주변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환자의 생과 사가 나뉘게 되는 것이다. 응급처치를 하지 않을 경우 운이 좋아 환자가 생존에 성공한다고 해도 구급대가 올 때까지 시간 경과로 인한 뇌손상으로, 일상으로의 회복은 어려울 확률이 높다.
노태호 위원장은 “2016년 기준 미국의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46% 정도인 반면, 우리나라 일반인에서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17%에 불과하다”며 심폐소생술에 대한 낮은 국민적 인식 수준을 지적했다.
선진국의 경우 심정지를 일으킨 2명의 환자 중 1명의 환자는 심폐소생술에 의한 초동 대처를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심정지를 일으킨 6명의 환자 중 5명은 초기에 응급조치도 받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다는 것.
노 위원장은 “내가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것은 타인을 위함이고, 그러면 타인도 위험에 빠진 나나 내 가족을 구한다는 맘으로 평소에 심폐소생술을 익혀둬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노 위원장은 심폐소생술에 쓰이는 ‘자동심장충격기(자동제세동기)’의 사용 교육과 보급 또한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공장소나 사람이 밀집된 장소 즉, 빌딩이나 아파트 등에는 자동심장충격기가 구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폐소생술과 마찬가지로 자동심장충격기의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드문 상황. 때문에 몇몇 공공기관이나 학교, 대규모의 기업에서는 심폐소생술 시행법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그 규모는 미비한 상황이다.
노태호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그간 다양한 노력을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주 미비한 수준’이라며, “심폐소생술에 대한 국민적 인식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국민 홍보나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협회가 설명한 일반인 구조자에 의한 기본소생술 개요는 다음과 같다.
이때 특별히 유의해야 할 점은, 공공장소에서 심정지 환자를 발견하고 119 신고 및 자동심장충격기를 주변 타인에게 요청할 때에는 반드시 특정인을 지정한 후 요청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며, 만일 도움을 요청할 타인이 없어 홀로 119에 구조 요청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스피커폰’으로 전환해 전화를 켜놓은 상태에서 응급의료전화상담원의 지시에 따른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