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가까운 미래에 의사와 약사 등 보건산업 전문직종의 과반수 이상이 인공지능 혹은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이 해당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설’이 아닌 ‘정설’로 회자되어 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5년 대학 전공별 인공지능에 의한 고용대체율’에 따르면 의약, 교육, 예체능, 사회, 공학, 자연, 인문 중 ‘의약’이 51.7%로 가장 높았으며, 게다가 ‘2025년 인공지능∙로봇의 일자리 대체율’은 보건산업 직군 중 ‘약사∙한약사’가 68.3%로 간호사(66.2%), 영양사(60.6%), 일반의사(54,8%), 치과의사(47.5%), 한의사(45.2%), 수의사(43.3%), 전문의사(42.5%) 대비 가장 높게 예측된 바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제약∙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손꼽히고 있고,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이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으로 인정 받고 있는 지금, 약학인들의 입지는 더욱 확대될뿐더러 현재의 약학 교육이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남득 부산대학교 교수는 지난 27일 국회 도서관 지하 1충 대강당에서 개최된 ‘4차 산업혁명시대 신약개발 인재양성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필요한 약학교육’을 주제로 발표하며 위와 같이 주장했다.
김남득 교수는 미국의 약학대학 연도별 현황을 소개하며, 조제로봇 도입이 시작된 2000년도를 기준으로 오히려 약학교육기관의 수가 증가했으며, 약사의 수 또한 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제약 강국인 일본과도 비교하며, 인구 수가 한국 대비 2.48배 많은 일본은 6년제 약대 졸업생 수는 한국 1,700명 대비 일본 9,633명으로 5.57배 많으며, 2017년 약사 면허 취득자 수 또한 한국 1,868명 대비 일본 9,479명으로 5.07배 많다고 강조했다.
김남득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며, 약학인들은 이를 위한 가장 최적화된 인재들로 미래 제약산업을 리드할 우수한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행 약학 교육과정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김남득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약학 교육은 2+4학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초약학자와 임상약학자 양성을 위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론 교과과정으로는 생명약학(25%), 산업약학(22%), 약물과학(19%), 임상약학(22%), 보건사회약학(12%)로 구성되어 있어, 신약개발을 위한 인재로서 약대 졸업자들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교과부가 제약산업 육성 방안 중 전문약사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개설한 ‘약학대학 계약학과’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학과는 제약사가 기존 직원 중 약대에 등록하는 직원의 등록금 전액 및 계약학과 운영에 필요한 부담금을 일부 지원하고, 직원들은 약대 졸업 후 3~5년간 해당 업체에서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난 2년간 연속해서 미달사태를 보이며 실패 수순을 밝고 있다.
김남득 교수는 이날 약대 교육 개선을 위해서는 ▲약학대학의 통합 6년제 실시가 시급하며, ▲신약개발 현장으로의 유인책 필요, ▲현장실습교육, 창업교육의 보강, ▲학∙석사 연계 혹은 석∙박사 통합의 학위과정 신설, ▲신약개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신설, ▲학부과정에서의 코딩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약학대학의 통합 6년제 실시는 1~5학년 동안 약학 기초 및 전공이론 교육을 강화하고 마지막 6학년에 실무실습교육을 함으로써, 학부 과정 중 제약산업 인재양성 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 교수는 ‘장기현장실습(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 IPP)형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해 약대 학부생에게 제약산업체 취업 동기를 부여하고, 제약산업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수급에 있어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IPP형 일∙학습병행제’란 약학대학 3~4학년생이 제약산업체에서 4~6개월간 실무능력을 배양하도록 하는 ‘기업 연계형 장기현장실습제도’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제약산업체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또한 통합 6년제 과정 시행을 전제로 학∙석사 연계과정(Pharm.D. 5.5년 + 석사 1.5년) 석∙박사 통합과정(Pharm.D. 5.5년 + 석∙박사 3.5년)을 개설함으로써, 신약개발에 필요한 우수인력을 양성하고, 제약산업계 진출을 전제로 취업 연계형 장학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우수 인력을 제약산업으로 유인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김 교수는 통합 6년제 학부과정에 제약산업 특성화 대학원 교육과정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들을 제시했다.
김남득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선적으로 약대 통합 6년제의 신속한 시행이 필요하며, 이런 6년간의 학부과정에 바이오제약산업 특성화 교육과정을 포함하고, 코딩 교육이나 창업 교육 등 통합적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양 과목을 개설하며, 이미 시행중인 계약학과의 개선과 제약산업 특성화 대학원 사업의 확대 등을 통해 바이오경제와 신약개발 분야 밑거름이 되는 약학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