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응급실 폭언, 폭행, 성희롱, 성추행 가해자나 상습적 마약성 진통제 요구자와 같은 범죄자들에게까지 응급의료종사자들에게 매어진 응급진료 거부의 금지 족쇄를 풀어 안전한 응급의료 현장을 만들어나가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하겠다.”
대한의사협회가 6일 용산전자랜드 2층 랜드홀에서 '최선의 진료를 위한 진료제도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패널토론에서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섭외이사가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응급의료의 거부 금지’를 명시하고 있고,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응급의료종사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의 벌칙을 부과하고 있다.
응급진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의료진에 대한 의무가 무시돼도 응급진료를 거부 할 수 없는 법률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경원 섭외이사는 “환자는 의료진에 대한 신뢰 및 존중의 의무,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를 받지 않을 의무, 병원내 관련 규정 준수의 의무가 있다. 의료진에게 신뢰와 존중은커녕 폭언, 폭행, 성희롱, 성추행을 한다면 과연 그 환자에게 정상적인 응급진료를 행할 수 있을까?”라면서 “그러나 우리나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응급환자라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경우 응급의료종사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가 아니라면 폭언, 폭행, 성희롱, 성추행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계속하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상승적 마약성 진통제 요구자도 문제다.
이 섭외이사는 “우리나라 응급의료기관에는 단골 고객이 있다. 상습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으러 오는 환자들이다. 이유도 다양하고 통증도 다양하다. 때로는 몇 년전의 색바랜 종이 진단서를 내밀기도 한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지능적으로 전전한다. 이러한 환자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응급환자로 이에 대하여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런 환자들일수록 병원 사정에 밝고 적당히 소리지르며, 적당히 의료인을 위협하며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룬다. 이때 응급의료의 거부 금지라는 족쇄가 채워진 의료인들을 보호할 어떤 법적 장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내원 환자 중 90~95%가 응급환자인 것과 보건소 민원도 문제라고 했다.
이 섭외이사는 “대부분의 응급의료 기관에 내원하는 90-95% 환자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의한 응급으로 판단되고 응급의료관리료 비용의 일부에 대해서만 부담한다. 비응급 환자는 응급의료관리료 전액 본인 부담이다. 따라서 응급의료현장에서 의료분쟁, 민원 발생 시에 환자들은 응급의료의 거부 금지 조항을 악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섭외이사는 “흔히 보건소에 1차적으로 민원을 접수하는데, 보건소 담당직원은 뻔히 응급의료 거부가 아님을 알면서도 기계적으로 응급의료기관에 해당일의 의사 당직표나 근무명령서, 근무기록, 진료기록, 소명서 등을 요구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보건소의 답변에 환자가 승복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환자가 계속 민원을 제기하면 보건소는 조사 권한이 없다면서 경찰에 조사 의뢰를 하는 경우로 발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