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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IT

“유아식기준, 국가차원 임상검증 시급”

조제분유-조제식 차이규정 등 애매 “소비자 골탕”


최근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범국가적 차원에서 해소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아기 육아에 가장 기본적 사항인 유아식에 대한 관련 규정들이 모호하게 되어 있어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임상검증이 시급하다는 의료계의 지적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분유에 대한 관련 규정은 WHO의 권고사항인 “6개월 이하 아기들이 먹는 ‘조제분유’에 대해 광고 금지” 권유를 받아 들여 분유광고만 금지시켰을 뿐, 모유이외의 영유아식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의 표준식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유아식 먹거리기준 애매>
특히 6개월 이후 아기들이 섭취하는 유아식에 대해서는 애매한 허가규정으로 ‘성장기용 조제분유는 유성분 60%이상’이기 때문에 광고를 할 수 없고 ‘성장기용 조제식은 유성분 60% 이하’로 광고를 할 수 있다고만 되어있다.
 
정부차원에서는 6개월 이후의 유아식에 대해 명확한 먹거리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광고의 가능성 여부만을 규제하고 소비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하고  있는 듯한 행정태도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분유업체들이 제시하는 광고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경우 ‘유성분 60%이상의 조제분유’는 아예 광고를 금지시켜 정보가 차단된 상태이고 ‘유성분 60%이하의 조제식’만 광고를 허용해 결과적으로 우리 아기들은 조제식만 먹으라고 강요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이러한 행정으로 인해 대다수 분유업체들은 광고를 할 수 있는 ‘건강식’만을 만들어 제각각 판촉전을 전개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판단기준이 더욱 모호한 상태에 빠지게 했다.
 
정부가 소위 ‘성장기 조제식’에 대해서는 광고를 허용하고 ‘성장기 조제분유’에 대해서는 광고금지 조치를 취한 배경은 WHO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WHO가 6개월 이하 유아를 대상으로 분유 광고금지 권고를 하게 된 것은 모유 섭취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무차별한 분유 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였고 6개월 이후의 유아용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판단하여 자국의 환경에 맞게 규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듯 보기에는 우리나라의 규제기준이 WHO의 권고를 잘 받아들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문제는 6개월 이후의 영아를 대상으로 한 ‘성장기 조제분유’와 ‘성장기 조제식’이란 2중적 허가사항을 만들었다는 점과 허가구분의 학술적 근거가 희박하다는데 있다.
 
<허가기준 학술적 타당성 미흡>
허가기준의 뚜렷한 차이점을 보면, 성장기용 조제분유는 유성분 60%이상이고 성장기용 조제식은 유성분 60% 미만이란 점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정부는 유성분의 함량을 60%이하만 넣으면 마음놓고 먹이라는 권장인 셈이다. 바꾸어 말하면 유성분을 60%이상 넣으면 유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될 수 있다.
 
이러한 논리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견해다. 유성분의 함유 비율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면 오히려 모유와 유사하도록 유성분을 많이 넣게 해야 한다는 정반대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모유에서 가장 중요한 영양성분은 유당이고 모유에는 우유보다도 유당함유가 높으며 유당의 식이적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분명한 결과라는 것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성장기 유아에게는 모유가 가장 바람직한데, 모유를 직접 못 먹일 경우 모유와 가장 유사한 제품을 권장해야하지만 이에 대한 의학적 임상연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유 성분의 함량만을 기준으로 하여 허가를 구분하거나 광고규제의 기준이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공통된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소아과 이근 교수는 “분유와 식품의 분류기준이 되고 있는 유 성분의 60% 함유기준 자체에 대한 학문적 근거가 아직 없고 이를 근거로 광고 허용기준이 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며 “무엇보다도 정부와 학계차원의 관련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이전에는 두 종류 모두 광고를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저출산 대책에서 시급히 다룰 과제>
이처럼 학술적 근거가 희박한 엉성한 기준 때문에 조제분유와 조제식을 내놓은 업체들은 치열한 논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 또 학술적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일반 소비자들은 가장 귀중한 육아시기에 광고선전에만 의존해야 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전개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바로 이 점이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소홀한 것이고 이 분야 전문가인 의료계의 의학적 임상연구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점이다.
 
최근 정부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장기적 대책을 모색중에 있다. OECD 2006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1000명당 1.17명으로 2003년 기준으로 29위를 차지해 최하위 수준을 보였다.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증가율도 0.49%로 OECD 평균(0.67%)에 미달했다.
 
이 문제해결을 위해 최근 정부는 분만비 정부지원을 비롯 산모와 배우자 모두의 3개월 분만휴가제 검토, 영유아비 지원, 영유아실 설치 등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아직까지 영유아 육아에 가장 필수적인 먹거리 기준마련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영유아에게 모유만큼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모유를 못 먹일 경우와 6개월후 유아식을 공급해야 할 경우에 대해 정부차원의 먹거리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요구다.
 
산모가 알아서 하라면서, 어떤 것은 광고를 해도 되고 어떤 것은 해서 안된다고 막으면, 차라리 유아에게 위해성이 있는 품목의 제조금지를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골몰해 있으면서도 육아에게 필수적인 유아식에 대한 의학적 검증연구는 수행하지 않고 광고 등 우회적 방법으로 소비자만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행정의 오류를 바로 잡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의료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상훈기자(south4@medifonews.com)
200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