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한의계가 한의약 난임치료의 임상적 효용성에 대해 끝장토론을 펼쳤다.
한의계는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가 이제 시작하는 단계임을 강조하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산모에게 약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의사로서의 윤리의식을 언급하는 등 신랄한 비판을 날렸다.
남인순 염동열 의원이 주최한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가 26일 국회 의원회관 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동국대 한의대 김동일 교수와 연세대 의대 최영식 교수는 한의약 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먼저 김동일 교수는 한약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제한점이 있었던 연구였다. 다만 제 연구의 한계점이 한의학의 한계는 아니다”라며 “표준 한의난임치료에 대한 대규모 전향적 임상연구가 필요해 유효성·안전성·경제성에 대한 판단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표준 한의난임치료는 경희대·동국대 한방병원에서 3년·200례 이상 사용된 처방으로 설정했고, 원인불명의 난임 환자 100명(최종 90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한의치료를 하고 3개월간 결과를 지켜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중도포기자 10명에 대해 “7명은 연구 참여결심을 번복했고 1명은 연락두절, 1명은 공황장애를 겪었고, 1명은 자연임신됐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 90명 중 14.4%인 13명이 임신했으며, 6명은 유산, 7.8%인 7명이 출산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난소예비력저하자 등 대상자에 따라 임신유지의 한계가 있다. 조기 임신 계획 수립과 한의치료의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며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임상병리검사, 기형아 출생 등 안전성 문제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성 평가에 대해서는 “의과 난임치료는 1개 기관 기준 평균 297만원이 들지만 한의 난임치료는 1주기에 56만원, 평균 2.38주기 치료 후 임신까지의 평균 진료비는 115만원이 들었다”며 “후향적 의무기록 분석연구에서도 의과 난임클리닉의 전체 의료비 총액은 239만원, 한방 여성의학과는 123만원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문헌 고찰 연구에서도 의·한 병행치료가 임상적으로 임신율을 증가시켰다”며 “RCT가 아니라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난임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 때문에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의·한이 같이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영식 교수는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향적으로 모집된, 근거가 미약한 수준의 연구”라며 “적합한 대조군도 없는 증례연구의 하나로 현대의학적 관점에서 검증됐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7개월간 90명중 13명 임신했는데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가 임신율 13.9%였다”며 “이를 같다고 볼 수 없다. 2016년 결과는 한달 임신율이고 이 연구는 7개월간의 임신율이다 실제로는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임신율이 2~4%가 나오는 것에 비춰볼 때 한의약 난임치료는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다.
최 교수는 “치료를 받지 않아도 6~8개월 임신율이 20~27%정도 나오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며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임신율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효용성이 없다는 결과”라고 말했다.
안전성에 대해서는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유산율이 38.5%고 자궁 외 임신율 1명 7.7%다. 체외수정시술은 유산율이 16%고 자궁외 임신은 0.5%”라며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난임환자에서 유산율 증가와 자궁외 임신은 중대한 이상반응이다. 또 7명 중 기형아가 없다고 0%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성 평가에 대해서는 “일단 치료비용에 대한 자료가 설문조사를 통한 결과였는데 치료기간에 대한 명시, 비용에 대한 자료수집의 방법, 통계적 분석이 결여됐다”며 “임신하지 못한 73명에 소요된 비용 1억 6500억원 및 유산 자궁외 임신이 된 환자들에 소요된 비용도 포함해야 한다. 이 결과를 믿고 계산한다면 의과는 4~50만원 밖에 안든다”고 말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90명에 대한 증례연구로 근거수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의약 난임치료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연구”라며 “현재 연구결과로서는 한의약 난임치료가 효과적이지 않고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도 양측은 설전을 벌였다.
차의과대학교 류상우 교수는 “7개월간 임신율이 14.4%에 불과하다. 7개월간 인공수정을 시도했으면 최소한 2~3번 가능한데 누적임신율이 30%를 넘지 않을까. 효용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제적인 부분도 한의치료는 한달에 56만원 든다고 하지만 의과치료는 정부지원이 없더라도 50만원이 안든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시험관아기 시술의 유산율이 16%인데 이번 연구에서 38% 나왔다. 한의치료가 안전하다고 권유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문헌고찰 부분도 임신율을 높인다고 결론내셨는데 난임치료의 목표는 임신이 아니라 출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4년 간 6억 2000만원의 연구비가 들어간 연구치고 결과가 너무 미흡하다”라며 “앞으로 의·한이 충분히 협업·협력 할 수 있지만 한의 단독치료 효과를 보여줘야 환자들에 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한의대 이진무 교수는 “이 연구는 한방에서 난임에 관련된 최초의 연구인데 너무들 욕심이 많으신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연구의 난점이 많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추가 연구를 많이 해야한다”며 연구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교수는 “원인불명이라던가 이런 경우도 있지만 해부학적 문제들도 많고 한방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같이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한방치료는 기본적으로 불균형한 심신상태를 잡아주는 것이다. 주기당 그런 치료보다는 자연적인 임신을 위해 몸의 상태를 만드는 치료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안전성 문제도 임상시험 군은 나이가 굉장히 높고 보조생실술을 꾸준히 하다가 오신분들”이라며 “이런 분들의 유산율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고려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연구결과에 힘을 보탰다.
꽃마을한방병원 조준영 원장은 “사실상 RCT가 아니었다고 지적하시는데 전세계적으로 봐도 RCT연구가 거의 없다”며 “자연 임신율과 비교 논란은 1년안에 30% 이상이 될 수 없는, 나이가 많고 난임 기간이 길고 실패가 많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임을 고려해야 한다. 7개월 했다고 7로 나누면 낮을 수 밖에 없다. 시험관 시술후 6년간 자연임신 24%정도라는 연구가 있는데 그럼 월 0.44%에 불과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조 원장은 “14%가 낮다고 볼 수 있지만 40세 이상 14명을 빼서 보면 76명 중 17%가 임신에 성공했다”며 “7개월 이후 3명을 포함하면 21%라는 수치가 나온다. 임신율이 낮다고 확언해서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거가 부족한 것은 맞지만 그래서 시작한 것”이라며 “이 연구가 시발점 돼 좋은 연구가 되도록 같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을 하자”고 당부했다.
함춘여성의원 이중엽 원장은 “일단 이번 연구는 RCT가 아니고 그냥 케이스 연구”라며 “의료윤리 원칙에서 보면 최소한 환자에게 해는 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산부인과는 특히 약물투여를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데 한의계는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산모의 건강에 치명적이 않을 경우 최소화 해야하고 안쓰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 시작 자체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사업은 중단해야 한다”며 “정말 도움이 된다면 병행치료 방안도 논의해 볼 수 있겠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의대 이무열 교수는 “RCT 개념도 정확하게 모르고 발표하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며 “의·한이 다른 영역이고 전문가로 존중하지만 국가사업으로 지정되고 하면 전문가집단에서 입을 안 열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가의 세금이 들어가면서 한의치료 연구결과 좋다고 평가하고 각 지자체에서 한방 난임치료로 해결이 가능하면 의과는 무슨 필요가 있나”라며 “의과에서 협조를 요청을 하신다면 효과없음을 인정하는 자세를 가지고 환자를 대하는 윤리의식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부산대 한의전문대학원 김남권 교수는 “이 연구는 의료기술 검증 첫 번째 시도로 증례연구라고 폄하 돼서는 안된다”라며 “추가 연구를 설계해 발전시켜 나가는 사례 많다.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면 좀 더 좋은 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보가 없는 것 보다 낫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한 추가연구를 지원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이창준 한의약정책관은 “논란이 있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 더 논의가 필요하다. 치료 방법을 융합·통합하는 시스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연구결과의 한계 분명하고 추가연구 필요하다. 복지부도 산부인과가 함께 한다면 적극적인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각 지자체가 하는 난임치료 사업을 중앙정부가 하라마라 할 수는 없다”라며 “중앙정부는 보다 효과적인, 난임부부의 절박함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검증과 모니터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추가연구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