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의료전달체계의 한계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공유진찰제 도입이 제시됐다.
공유진찰제는 전통적인 의사-환자 간 일대일 진료 방식과 다르게, 동일 질환 환자군과의 집단 진료 환경속에서 검사, 교육, 임상적 지원을 포함한 진료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가톨릭대학교 의료경영대학원 이현주 교수는 보건산업진흥원 브리프 29호에 실린 ‘의료서비스 전달방식의 혁신을 위한 공유진찰제 도입‘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공유진찰제는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해야 하는 현실 즉, 고도의 경쟁 환경 속에서 늘어가는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개념이다. 점점 증가하는 진료 업무량을 소화해야 하는 동시에 더 나은 의료의 질, 접근성 및 만족을 요구하는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필요성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유진찰제는 10~1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90분 정도, 주로 ‘관찰식’ 일대일 진료로 진행되며 추가적으로 반구조화된 건강교육, 환자 간 상호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게 된다.
모든 의료진, 모든 환자, 모든 질환에 적합하지는 않다.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 및 진료예약을 위해 수 주, 수 개월을 기다려야만 하는 질환 영역 혹은 여러 환자에게 동일한 정보·진단을 반복하는 진료 분야에 적합하다.
환자 관점에서는 의료접근성, 자가 관리 및 진료성과 향상을, 의료진 관점에서는 의료의 질, 비용절감/진료생산성 및 만족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시스템 관점에서는 중증 질환으로의 진행 및 합병증을 예방하고 입원/응급실 비용 발생의 감소로 이어져 국가적 의료보험재정의 절감 및 국민건강 개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래 의료전달체계의 유망한 재설계방식으로 구상된 공유진찰제는 지난 10년 간 확산기를 거쳐 현재 제외국의 많은 의료기관들이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가정의학회를 중심으로 확산시키고 있으며, 2015년 현재 소속 의료진 중 10% 이상이 도입해 2005년 5.7%와 비교하면 2배 증가했다.
영국은 국가적 단위의 위원회 구성을 통해 공유진찰제를 논의하고 있다. 위원회는 라이프스타일 의료협회의 분사형 조직으로 2016년 발족됐으며, 4개월 마다 위원회를 개최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있다.
공유진찰제 도입에 예상되는 장애물도 있다.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려는 의료진의 저항, 국내 적용을 위한 경제성 분석 등이 선결돼야 한다. 환자그룹의 수용성도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이현주 교수는 개방형 지역거점병원 연계 모델, 지역사회 일차의료 연합 모델, (상급)종합병원형 모델 등 세 가지 유형의 한국형 공유진찰제를 제안했다.
개방형 지역거점병원 연계 모델은 2,3차 지역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주변 의원급 일차의료기관 간의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개방형 병원 개념이다. 지역거점병원은 인적자원,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해당 질환의 자가관리 교육을 강화한 공유진찰제를 일정 기간 시행할 수 있으며, 협력관계 하의 의원급 기관이 환자를 의뢰함으로써 협업을 이루는 과정으로 구성할 수 있다.
지역사회 일차의료 연합 모델의 핵심은 의원급 일차의료기관 간의 자원공유를 통한 협업이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만성질환 교육관리를 통한 역량강화가 중요하다. 최근 시행된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의 내용, 즉 지역의사회 주도로 의원급 기관의 만성질환 진료, 교육 및 관리상담 역량을 강화시키고 연계된 일차의료지원센터에서 영양, 운동 등을 공동으로 진행한 사업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형 모델은 의원급 일차의료기관이 책임질 수 없는 중증질환 영역을 담당할 수 있다. 커뮤니티케어와 연계한 노인 퇴원 후 계획, 수술 후 사후관리, 암 생존자 대상 사후관리, 난치성질환인 자가면역질환 진료 등을 포함한다.
이현주 교수는 “공유진찰제의 도입이 기존 의료전달체계의 한계에 대한 하나의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제안하면서, 공유진찰제의 도입방법론 및 한국형 모델을 제시했다”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혁신 아이디어는 도입과 정착, 확산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란과 시행착오가 따르며 오랜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국가적 보건의료 위기 앞에서 이해관계자들 간의 고민과 도전 과정을 거쳐 시도해볼 가치는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