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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양압기 치료환자 향한 무리한 규정, 동의할 수 없어”

신경과학회, 양압기 치료 급여 축소 결정 정면 반발
“세계 어느 나라도 약 매일 안 먹는다고 급여 중지 안 해”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양압기 치료의 급여 지급기준과 순응도 평가기준을 대폭 강화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복지부 건정심)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지난달 25일 ‘양압기·연속혈당측정용 전극 등 요양비 급여체계 개선방안’ 복지부 건정심 의결에 따라 ▲수면무호흡 빈도가 수면 1시간에 5회 이상에서 10회 이상으로 상향 ▲양압기 치료를 받는 90일 순응 기간 동안에 본인부담금 20%에서 50%로 상향 ▲전체 순응 기간(90일) 중의 양압기를 잘 사용한 30일 중 70%(21일) 기간 동안 4시간 이상 양압기를 사용한 순응통과자에 한해서만 건강보험 급여를 지급토록 했다. 

즉, 순응을 통과한 후에도 평균 사용 시간이 4시간을 넘지 않는 경우 양압기 급여 지급을 중지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해 대한신경과학회(홍승봉 이사장)는 본지와의 서면질의를 통해 “첫째 결정은 지난 3~4월 건강보험공단과의 회의 때 학회에서 제안한 것”이라며 “하지만 두 번째는 당시 논의된 바가 없으며, 세 번째는 당시 ‘재평가는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만 꼭 시행하겠다면 1회에 한해 재평가하고, 평균 사용시간은 2시간으로 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이것이 1회가 아닌 ‘계속 재평가’와 평균 사용시간도 2배인 ‘4시간’으로 변경돼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증 수면무호흡증 환자 유입으로 급여의 실효성이 낮아져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된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자 정부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양압기가 꼭 필요한 환자가 급여를 받는 것으로 급여체계를 강화해 재정 절감을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학회는 “환자가 깜빡 잊고 약을 빼먹을 수도 있고, 급히 출장을 갈 때 약을 잊고 가는 경우, 여행 중에 분실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약을 매일 먹지 않는다고 급여를 중지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도 없는 새로운 규정이며, 너무 무리한 규정”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정부는 의결대로 이행할 것으로 보여 대한신경과학회를 비롯한 관련 전문학회들(대한수면학회, 대한수면의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회, 대한호흡기내과학회,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은 전문가 의견도 듣지 않고 결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3~4월 만남 후에 그 어떤 추가 회의나 의견 조율이 없었다”고 했다.

◆수면시간, 미국=한국? “지금 규정도 통과 어려워”

본래 양압기 순응도 규정은 미국 순응도 평가 기준에서 인용해 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처음 90일 순응도 평가에서 통과되면 재평가를 하지 않는다. 수면무호흡 치료를 시작했으면 환자가 잘 사용토록 의사가 교육하고 이끌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

나아가 학회는 미국과 한국의 수면시간이 다른 점도 문제로 삼았다.

학회는 “미국 사람들의 수면시간은 한국 사람보다 1~2시간 더 길다”며 “따라서 미국과 똑같이 4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 무리다. 한국 사람들의 수면시간이 더 짧으므로 적용하는 시간도 더 짧아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규정도 수면시간이 짧은 한국 환자들은 통과하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처음 순응도 평가 기준보다 더 어려운 재평가 기준을 만들어 6개월마다 계속 평가하겠다고 하면 환자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학회는 또 급여가 갑자기 중단될 시 돌아올 환자의 항의와 불편을 걱정했다.

학회는 “환자는 최선을 다해 양압기를 사용했는데 사용시간이 조금 부족하다고 갑자기 급여를 중단하겠다고 하면 그 환자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급여 중단은 사용할 생각이 거의 없고, 사용률이 매우 낮아서 주치의가 더 이상 양압기 치료를 지속할 의미가 없다고 판단할 때 의사와 환자 서로간의 상의 후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것이지 환자가 계속 사용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정부가 일방적으로 무 자르듯이 급여를 중단할 수는 있느냐”며 따져 물었다.

이어 “일선 병·의원에서는 환자들에게 급여 중단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의사도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며 질책했다.

◆“이대로라면 30% 이상 환자 급여 중단”

일반인들의 돌연사 발생률이 기상 후 일상활동 중에 높은데 비해,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의 돌연사는 46%가 수면 중에 주로 발생한다. 또 수면무호흡증의 치료 중단은 고혈압, 당뇨,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심장병, 치매 등을 유발·악화시킬 수 있다.

학회는 새로운 순응도 평가 기준으로 인해 약 30% 이상의 환자들이 급여가 중단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더 자세한 통계를 계산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끝으로 학회는 “정부가 급여 확대를 너무 급하게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할 때 머지않아 보험재정이 바닥나고, 이로 인해 실제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걱정했는데 현실이 되고 있다”며 “약 먹는 것보다 10~20배 노력이 필요한 양압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무리한 규정을 만들어 급여를 중지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동의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정말 국민건강을 지키는데 사용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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