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3차 대유행 위기 상황 속에서 경증·무증상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가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전국 16개소에 불과했던 생활치료센터는 본지가 파악한 바로 23일 기준 전국 39개소로 불과 22일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을 중심으로 개소됐던 생활치료센터가 이제는 전국적으로 문을 여는 모양새다.
이는 앞서 코로나19 1차·2차 대유행 당시의 생활치료센터 개소 수준과 비교해도 한참 증가한 수준이다. 신천지발(發)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3월 20일 기준 개소한 생활치료센터는 총 16곳이었다. 광화문집회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적으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한 2차 대유행 당시 9월 2일 기준 개소한 생활치료센터는 모두 11곳이었다. 추가적으로 운영을 계획하고 있던 생활치료센터까지 모두 합쳐도 22곳에 불과했다.
그만큼 겨울철 코로나19 3차 대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앞으로 생활치료센터는 병상 부족 등의 이유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20일 ‘수도권 긴급 의료대응 계획’을 발표하고 생활치료센터 입소 기준과 감염병 전담병원의 전원 기준을 개선했다.
이에 따라 병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건강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65세 이상 환자는 건강 상태와 상관없이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앞으로는 고령환자이더라도 만성기저질환이 없거나 산소포화도가 90 미만으로 산소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닌 경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게 됐다.
또 고혈압·당뇨 등 만성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기존에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기준 변경에 따라 의료기관 입원을 우선으로 하되 의료진의 판단으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가 가능해졌다.
중대본은 감염병전담병원인 경우, 증상이 호전되어 더 이상 산소치료가 필요하지 않거나 59세 이하의 무증상·경증 환자를 생활치료센터로 적극 전원하도록 권고하고, 생활치료센터의 협력병원에는 수가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생활치료센터로 전원을 거부하는 환자에 대해선 치료 시 본인부담금과 필수 비급여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확진 환자 수 대비 수용 가능한 생활치료센터 정원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지자체는 민간시설이나 방학을 앞둔 대학교 기숙사까지 동원해 생활치료센터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가 부족한 병상 확보를 위해 사립대학들에 생활치료센터 제공을 요청한 것에 따라 고려대학교 기숙사가 23일부터 생활치료센터로 운영을 시작, 한 달 동안 150실이 생활치료센터로 쓰일 계획이다. 또 연세대학교 기숙사 170실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 위해 공사에 들어갔고, 서울시립대학교도 오는 30일까지 생활치료센터 병상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경기도도 제10호 생활치료센터로 경기대학교 기숙사 2개 동을 활용하고 있다. 약 3410㎡ 규모로 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2개 동(남녀 구분)에 1인실 100개, 2인실 958개로 되어 있다.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이 전담 운영하며 1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도는 더 많은 생활치료센터 확보를 위해 도내 다른 대학교들과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또 시흥시에 폐원 상태인 (구)시화병원 건물을 활용해 이번 주 내로 중환자 병상을 포함한 ‘제1호 경기도형 특별 생활치료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다.
도에 따르면, 생활치료센터와 감염병 전담 의료기관의 중간단계 개념인 특별 생활치료센터는 기존 생활치료센터와 달리 병원 건물에 설치돼 침상에서 산소 공급이 가능하다. 많은 인력이 투입돼 병원과 비슷하게 수액 공급 등 생명 유지를 위한 기본 의료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건물 내에는 이동형 음압기를 객실마다 설치하기 때문에 환자 입소 구역에 투입되는 의료인들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긴급대응단장은 22일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프로그램이 병원을 대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응급 상황에 처해있는 가정 대기자들의 건강악화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작동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집단감염 고리의 여파로 하루 두 자릿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제주도에도 24일부터 300실 규모의 생활치료센터 2개소가 운영된다. 제주에 생활치료센터가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병원들의 생활치료센터 운영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340병상 규모의 경기 성남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 생활치료센터를 열고 8일부터 환자를 받아 치료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진, 검사, 응급 이송체계 등 환자의 진료 흐름 특성에 맞춘 진료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의사를 비롯해 간호사, 방사선사, 행정직원 등 20명을 파견했다.
병원 측은 의료진이 매일 화상을 통해 진료를 시행해 꼼꼼히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본원과 연계해 감염내과, 영상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지원도 받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 3월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했을 때 문경에 있는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해 운영한 경험이 있다. 특히 감염병 환자들에게 밀려 소외될 뻔했던 중증 희귀난치질환 환자가 의료기관 방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김경남 서울대병원 의료지원단장은 “서울대병원은 문경, 노원에 이어 성남 생활치료센터까지 감염병 전파를 최소화하며 환자를 안전하게 격리 치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수도권 의료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은 17일부터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소재 소망교회 수양관에 250병상 규모로 마련된 서울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의 지원을 시작하고, 전문의 2명을 비롯해 간호사 5명, 방사선사 1명, 행정직원 2명을 파견했다.
또 21일부터 105병상 규모로 운영을 시작한 용산구 생활치료센터에는 의사 2명과 간호사 11명, 방사선사 1명, 행정직원 2명을 파견했다.
서유성 순천향대서울병원장은 “우리 병원도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지만, 국가적인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코로나19의 조기종식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생활치료센터가 더 많이 개소할 것으로 보인다. 각 지자체는 생활치료센터 추가 개소를 위해 협의도 계속하고 있다.
경기 화성 한국도로공사 인재원(206병상), 고양 동양인재원(230병상) 등이 이달 말 환자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고, 안성 한국표준협회인재원(286병상), 한경대학교 기숙사(444병상) 이용을 위해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308병상 규모의 국립경상대학교 기숙사(경남권2)는 오는 26일까지 생활치료센터 개소 준비를 마치고 28일부터 환자를 수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