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분비계장애물질의 일종인 비스페놀 A에 노출되는 것이 한국 성인 남녀의 비만 위험도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내분비계장애물질(일명 환경호르몬)이 현대 사회에서의 비만 및 당뇨병 증가를 일으킨다는 우려가 증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팀(박미정·김신혜)과 한림대학교 강남성모병원 문신제 교수가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제2기(2012~2014년)와 제3기(2015~2017년) 조사에 참여한 성인 남녀 1만 21명의 생체 내 비스페놀 A 농도를 분석했다.
비스페놀 A는 폴리카보네이트 및 에폭시수지 제조에 사용되는데,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딱딱하고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 젖병, 캔 음식 내부 코팅제, 영수증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물질이다. 비스페놀 A가 함유된 용기에 뜨거운 음식을 담거나 음식을 데울 때 과량의 비스페놀 A가 용출될 수 있으며, 영수증 표면에도 비스페놀 A가 함유되어 있다.
연구자들은 전 참가자들에 대해 소변 중 비스페놀 A 농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가장 높은 농도 그룹이 가장 낮은 농도 그룹에 비해 비만 위험도가 남자는 7%, 여자는 20%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남녀 모두 비스페놀 A 노출 정도가 심할수록 비만 위험도도 증가했는데, 여자의 경우가 남자보다 그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박미정 교수는 “비스페놀A는 지방세포의 분화와 지질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PPAR-gamma(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gamma)’를 활성화함으로써 비만과 2형 당뇨병 발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내분비계장애물질이며, 이번 연구로 한국 성인 비만과 관련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신제 교수는 “한국에서도 그간 비스페놀 A 노출과 비만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은 있어왔지만 소규모의 연구여서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는 6년에 걸쳐 진행된 대표성 있는 대규모 조사 자료를 활용해 그 관련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신혜 교수는 “비스페놀 A는 독성참고치를 넘지 않는 농도에서도 인체에서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따라서 비스페놀 A가 함유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거나, 뜨거운 캔 음식을 섭취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entific Report(IF 3.998) 2021년 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