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중환자 재활을 위해 ‘중환자 재활 평가·수가’ 개발 및 ‘중환자실 → 병실 → 재활치료실’로 연계되는 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대한중환자재활학회 학술대회가 11일 세종대학교 대양AI센터 대향AI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는 총 4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가운데 4번째 세션인 정책 세션에서 ‘중환자 재활 활성화를 위한 수가개발’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원유희 대한중환자재활학회 보험이사(전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중환자 재활의 국내 현실에 대해 비판하는 한편, 현재 중환자 재활 요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제 우리도 중환자 재활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먼저 원 이사는 2019년도 국내 6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환자 재활 국내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원 이사가 발표한 ‘중환자 재활 국내 현황’에 따르면 중환자 재활 협진 의뢰 건수는 2016년 6개 병원에 평균 600.8건이 들어왔었다면 2018년에는 평균 836.3건의 협진 의뢰가 들어와 3년 만에 평균 200여 건 이상 증가했다.
중환자 재활치료 환자 수도 2016년 평균 463.8명에서 2018년 650.2명으로, 약 200여 명이 늘었으며, 중환자 재활치료 건수는 2016년 평균 3876건에서 2018년 평균 4610.2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이처럼 늘어나는 중환자 재활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인력과 장비 모두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국내 6개 상급종합병원 중 중환자의학과 전문의 수가 단 한 명도 없는 상급종합병원이 2곳이나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환자 재활을 담당하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임상심리사 등의 인력의 경우에는 병원 4곳이 1명 이상을 보유한 물리치료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력들은 대체로 0.5명을 기록해 중환자 재활을 담당하는 의료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설은 재활치료 전용 매트가 있는 병원은 단 1곳에 불과해 중환자 재활을 침대에 눕혀서 보고 있었으며, 유산소 운동치료기구를 갖추지 못한 상급종합병원의 수가 상지와 하지 각각 2곳이나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 수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질환의 환자를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재활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원 이사는 현행 국내 중환자 재활과 관련해 “동일한 정도의 마비나 중증도가 높은 장애가 있더라도 전문적인 재활 치료가 가능한 중추신경계 상병이 아닌 경우에는 단순한 물리치료만 처방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 예시로 중환자실에서 패혈증으로 6주간 치료를 받으면서 근감소증이 발생해 독립적으로 앉거나 서는 행동 및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전문적인 단순한 물리치료를 처방할 수 밖에 없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원 이사는 “현대 의학에서 조기 가동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고, 중환자에서의 적극적인 재활 치료가 환자의 재원기간 단축, 합병증 발생 감소 및 신체 기능 호전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보험 수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추신경계 외 질환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재활 치료가 적용되지 못하는 기형적인 형태의 중환자 재활 치료가 이뤄지는 현상에 대해 성토하며, “이처럼 기형적인 중환자실 재활을 정상화하려면 기존의 재활 수가 외에 중환자 재활에 필요한 평가 및 적절한 수가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중환자 재활 치료의 정의 및 구성 등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제언도 제기됐다.
원 이사는 중환자 재활 치료체계를 ‘중환자실 → 병실 → 재활치료실’ 형태로 이어지는 치료체계 구축을 주장하는 한편, 각 단계별로 중환자 재활 치료 대상자와 구성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각 단계별로 살펴보면, 우선 ‘중환자실 단계’는 중환자실 입실 72시간 이상 치료를 받은 환자 또는 중환자실에서 48시간 이상 기계환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 중 급성기 중증 질환 치료 과정 중 근력·호흡 기능의 감소 등으로 전반적인 신체 기능의 저하 발생이 예상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1회당 50분씩 1일 2회를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재활의학과 의사 ▲중환자 전담 전문의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이 각 1인씩 팀을 이뤄 중환자 재활을 담당하며, 재활에 필요한 재활치료 도구 및 장비는 중환자실로 이동해 중환자실 내에서 시행한다.
재활치료 프로그램은 치료 시작 전 중환자 전담 전문의가 환자의 의식상태, 활력 징후, 중환자실 치료 경과에 따라 재활의학과 의사와 상의 하에 재활 치료 시작 여부를 결정하고, 재활의학과 의사는 당일 환자의 상태에 따른 기능 수준을 평가해 재활 치료 계획을 수립·시행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간호사의 경우에는 재활 치료 중 실시간으로 활력 징후를 모니터링하며, 이상 징후가 확인될 시에는 중환자 전담의사 및 재활의학과 의사에게 보고하고, 상황 대처와 이후 환자의 상태에 대해 기록하는 형태다.
그 다음으로 ‘병실 단계’는 중환자실에서 퇴실했으나 신체 기능 저하로 집중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호흡 및 운동 능력을 향상시켜 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단계로, 중환자실에서 치료 후 일반병실 내에서 모니터링 하에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1회 50분씩 1일 2회 재활 치료를 실시하는 단계를 말한다.
다만, 대상자는 ▲휴대용 인공호흡기 적용 및 인공기도 유지 중인 환자 ▲고농도 산소요법 적용 중으로 운동 시 산소포화도 감소(SpO2 < 90%) 위험이 있는 환자 ▲심전도 및 혈압의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환자 ▲기타 의료진이 재활치료 중 활력징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 등을 말한다.
재활치료는 재활의학과 의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이 각 1인씩 팀을 이뤄 재활을 담당하고, 재활 치료에 필요한 도구 및 기구를 병실로 이동해 재활 치료를 시행한다.
프로그램은 환자의 ▲의식상태 ▲진정상태 ▲기능상태를 재활의학과 의사가 평가해 당일 치료 가능 여부 결정 및 치료계획 수립·시행하고, 간호사는 재활치료 중 실시간으로 활력징후 등의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해 의사에게 보고하며, 상황 대처와 이후 환자의 상태에 대해 기록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재활치료실 단계’는 일반병실로 전실한 환자군 중 치료실로 이동이 가능한 환자 군을 대상으로 1회 60분씩 1일 2회 실시하는 단계를 말하는 것으로, 재활의학과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1팀을 이뤄 치료를 진행한다.
더불어 ‘회복기/만성기/가정’으로의 회송 시 정확한 환자 상태 전달 및 재활 치료의 연계를 위한 급성기 환자 평가 및 이에 대한 수가도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원 이사는 “다학제 회의 시 평가가 필요한 최소 항목을 제시해 ‘재활계획서 평가 양식’을 함께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중환자실 및 급성기 중증 재활환자를 대상으로 다학제 평가를 통해 재활계획 수립 및 회복기 병원 등으로의 의료전달체계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 이사는 수가 개발 시 진단명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중환자실 입실 이후의 시간과 기계환기 여부를 기준으로 급성기 중증질환의 치료 과정 중 근력·호흡 기능의 감소 등으로 전반적인 신체기능의 저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 중환자실 치료 후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 대해 반드시 ‘중환자실 → 병실 → 재활치료실로 충분히 치료가 연계돼야 함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원 이사는 활력 징후가 불안정하고 위험도와 중증도가 높은 환자군의 특성을 고려해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신속한 중재와 상태 관찰을 위한 ▲중환자의학 전문의 ▲재활치료 중재를 위한 재활의학과 의사 ▲환자선별과 지속적인 활력 징후 모니터링을 위한 간호사 1인 ▲조기재활을 시행할 물리치료사 1인이 모두 참여가 필요한 필수인력인 점을 명심해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