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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법원 판결로 채권자대위권 통한 임의비급여 보험금 환수 어려워졌다?

보험연구원, ‘2022년 보험 관련 중요 판례 분석(I)’ 공개

지난 9월 대법원이 임의비급여 관련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려면 피보험자의 무자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보험회사가 채권자대위권에 근거해 의료기관을 상대방으로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증명이 어려워 향후 채권자대위권을 통한 임의비급여 관련 보험금 환수가 곤란졌다는 지적과 함께 효과적인 분쟁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보험법 리뷰 포커스’를 통해 황현아 연구위원의 ‘2022년 보험 관련 중요 판례 분석(I)’을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는 2022년 선고된 대법원의 판결 중 보험제도 및 보험산업과 관련해 의의가 있는 판결을 선정해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이에 관한 검토의견을 제시하고자 마련됐다.

황 연구위원은 ‘임의비급여 관련 채권자대위권 행사 시 무자력 요건 필요 여부’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로 임의비급여 관련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위해서는 피보험자의 무자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졌으나, 실무상 이러한 증명이 어려워 향후 채권자대위권을 통한 임의비급여 관련 보험금 환수가 곤란해졌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X보험회사는 다수의 보험계약자들과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했고, 실손의료보험의 피보험자들은 Y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임의비급여인 ‘트리암시놀론 주사’ 치료를 받고 진료비를 지급했으며, X보험회사는 진료행위가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보험자들에게 실손보험금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X보험회사는 임의비급여 진료계약은 의료법에 위반되므로 무효이고, 이와 관련해 피보험자들에게 지급한 실손보험금도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단, 피보험자들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피보험자들을 대위해 Y를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에서는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여야 하고, 피대위채권과 피보전채권 사이에 특별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무자력 요건이 면제되는바, 무자력 요건의 면제 여부가 주된 쟁점으로 떠올랐다.

만약 무자력 요건이 면제되지 않게 된다면, 보험회사가 채권자대위권을 통해 임의비급여 관련 보험금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가 무자력 상태에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경우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현저히 곤란해질 수 있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무자력이 아닌 한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이유는 채권자대위권을 채권자평등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 보고, 피보전채권의 실현을 위해 피대위채권의 실현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아닌 한,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는 무자력 요건이 요구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실손의료보험금 반환채권(피보전채권)과 진료비 반환채권(피대위채권) 사이에 사실상 관련성이 있기는 하나, 무자력 요건을 면제해야 할 정도의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러한 경우까지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한다면 채권자평등주의 원칙에 기반을 둔 민사집행법 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소수의견으로는 채권자대위권이 채권의 현실적 실행을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피보전채권과 피대위채권 간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으면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근거로 실손의료보험금 반환채권과 진료비 반환채권은 채권 발생 원인·내용·목적에서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실손의료보험금 반환채권을 유효・적절히 확보하려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으며,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이 위법한 진료로 얻은 이익을 계속 보유하게 돼 부당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황 연구위원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예외적・제한적으로 허용할지, 아니면 채권의 유효・적절한 실행을 위해 보다 폭넓게 허용할지에 대해 민법의 법리 및 현실적 고려사항 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소비자 보호와 분쟁의 효율적 해결,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로 얻은 부당한 이익의 박탈 필요성 등 채권자대위권을 허용해야 할 실질적 필요가 있으나, 법리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채권자대위권 행사 요건은 엄격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어서 대법원이 이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 연구위원은 “이번 판결로 보험회사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려면 피보험자의 무자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진 바, 향후 보험회사가 채권자대위권에 근거해 의료기관을 상대방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렇다고 보험사가 개별 피보험자를 상대로 일일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각종 민원과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라면서 “따라서 임의비급여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한 대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으며, 피보험자로부터 진료비 반환채권을 양도받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황 연구위원은 이번 판례 사안과 함께 심리가 진행됐던 ‘맘모톰 사건(2021다232928)’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향후 보험회사가 피보험자로부터 임의비급여 관련 진료비 반환채권을 양수받아 보험금 환수를 진행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중요한 의의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는 ‘맘모톰 사건’은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위 사건의 2심 법원은 피보험자가 보험회사에 진료비 반환채권을 양도한 것이 소송신탁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