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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몸·마음 모두 망가진 ‘암생존자’ 위한 지원·제도 필요합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암생존자의 날’은 1988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6월 첫째 주에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국립암센터와 권역센터에서 6월 첫째 주를 암생존자 주간으로 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등에서 ‘암생존자 주간’을 기념해 기념일의 취지에 적합한 행사와 교육·홍보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다양한 토론회 및 학술행사 등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암생존자 주간’을 맞아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을 만나 현재 우리나라 ‘암 생존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들을 위한 지원 및 정책·제도가 무엇이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암 생존자’는 어떤 사람들을 말하나요?

A.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약 25만명의 암 환자가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생존율이 낮아서 암에 걸리면 대부분의 사람이 사망했기 때문에 ‘암생존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암 환자들의 약 5년 생존율은 암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의학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약 70%에 이를 정도로 높아져 암 생존자(유병자)는 2020년 기준 전체 인구의 4.4%에 해당하는 약 22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암 진단 이후 생존하는 모든 환자들을 ‘암생존자’라고 부르고 있으며, 광의적으로는 환자뿐 아니라 암 환자 가족과 돌봄 제공자도 의미합니다.


Q. 현재 ‘암 생존자’들은 완치 후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과정 또는 복귀한 이후에 어떤 어려움 등을 겪고 있나요?

A. 암 환자들이 생존하게 되면 일반 국민들은 ‘암에 걸렸는데 생존하게 됐으니 잘 됐다’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암 생존자들의 경우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등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몸이 망가지고 정신적으로도 큰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정상이 아닙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 만 19세 이상 성인 암생존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9.9%(1198명)이 암 진단 전의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암 생존자가 인식하는 일상생활 복귀의 주 제약요인은 피로감(61.8%)가 가장 많았고, 우울·불안 등과 같은 정신문제(36.4%) > 통증(27.0%) > 식생활 어려움(24.5%) > 기억력·인지기능 저하(21.4%)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또한, 사회적인 편견도 문제입니다. 암 환자는 정상적인 역할을 못 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어 암생존자들이 직장 복귀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더불어 소아·청소년 암생존자의 경우에는 일상생활 복귀 못지않게 학교 복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2019년 기준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 소아청소년 암생존자 및 부모 2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암생존자 중 20.3%는 암 치료 후 학교에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건강 관리에 대한 걱정(43.8%)이 학교 복귀 제약의 주원인으로 보고됐습니다.

특히, 소아청소년 암생존자의 부모는 자녀들이 약해진 체력(43.5%), 친구들과의 관계(22.6%), 학업 스트레스(22.0%) 등에서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쉽게 말해 학생들이 암을 치료하는 동안에 몸도 좋지 않은 것도 모자라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어 엄청난 스트레스 등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Q. ‘암 생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제도 및 정책 등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A. 현재 정부는 암생존자를 위해 2017년부터 ‘암생존자통합지지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국립암센터의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와 전국 권역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13개소를 통해 암생존자에 대한 통합지지체계를 구축해 다양한 신체·심리·생활 프로그램 및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는 암생존자들이 경험하는 주요 문제를 파악해 현재 성인 13종과 소아청소년 10종 등 총 23종의 암생존자들에게 필요한 신체, 심리, 생활영역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개발된 프로그램으로는 근력 강화 운동, 걷기, 수면위생 교육, 암 관련 피로 관리, 흡연과 예방 교육, 암생존자의 영양과 식생활 등이 있으며,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권역센터의 전담인력들이 개발된 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2025년까지 총 33종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권역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및 지역사회에 ‘표준화 프로그램’을 배포할 예정입니다.

또한,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국가암검진제도가 시행 중으로, 암생존자 역시 암 치료 이후 2차암 예방 및 재발 위험 관리가 중요한 만큼, 의료진과 상의해 정기적인 국가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서는 매년 ‘암 진단부터 치료 이후까지의 국가지원제도 안내’라는 이름으로 암 환자 및 생존자가 지원받을 수 있는 건강, 의료비, 생계, 돌봄, 사회복귀 등에 대한 지원 등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암 생존자’들을 위해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우리나라 암생존자의 사회복귀율은 2018년 기준 약 30%이며, 미국 63%과 캐나다 62%, 영국 72%, 일본 62.3% 등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은 암생존자의 고용 보장을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로 암생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캐나다도 인권 강령과 노동 강령을 근거로 암생존자가 직업 복귀 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암 진단을 받으면 법적으로 장애인으로 등록됨은 물론, 암으로 인한 채용·승진·교육·임금 등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은 전국의 암진료 연대 거점병원에 공공직업안정소 직원을 보내 암 환자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2년 6월에 개정돼 오는 6월 11일부터 시행되는 ‘암관리법’에는 암생존자의 건강 관리와 학교·직업 복귀에 대한 상담·교육 내용이 포함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만큼, 암생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 제도 정립 등이 마련돼야 합니다.

또한, 정부는 지역사회 중심 암생존자 돌봄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암생존자가 이용할 수 있는 국가암관리제도로는 ‘재가암환자관리사업’이 있습니다.

해당 사업은 집에서 치료·요양 중인 암생존자를 대상으로 보건소 방문보건사업의 일환으로 간호사가 기본적인 건강을 확인하고, 복용 약물에 대한 투약을 지도받을 수 있게 하며, 필요 시 건강교육과 정서적 지지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하는 사업으로, 보다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암생존자들이 지속적인 건강 관리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기반 자원을 연계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소아청소년 암생존자들의 건강 증진과 학교 복귀를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합니다.

끝으로 암생존자를 사회적 약자가 아닌 사회적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합니다.



Q. ‘암 생존자’들을 위해 중앙·권역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의 향후 계획 등은 어떻게 되나요?

A.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2021~2025)에 따라 앞으로는 소아청소년 암생존자 대상 통합지지 서비스 제공 인프라 확대, 다른 의료·돌봄 서비스와 연계해 암생존자·가족 지원 단계적 강화, 타기관과 협력해 지역사회 암생존자 지지 및 돌봄서비스 연계를 더욱 활성화시킬 것입니다.

또 국립암센터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암 재발 위험 관리 등) 개발과 시기별(급성 생존기, 이행 생존기, 연장 생존기, 영구 생존기)로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차세대 ICT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암생존자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중앙·권역센터의 서비스의 최신화를 지원해 전국적으로 암생존자통합지지의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Q. 그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A. 6월 첫째주 일요일은 전세계가 함께 기념하는 ‘암생존자의 날(National Cancer Survivors Day)’로, 치료 종료된 암생존자를 응원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암생존자 주간 행사는 ‘암 너머 건강한 일상으로(Living Healthy Life Beyond Cancer)’ 슬로건으로 공모전, 전시회,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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