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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암치료 60년, 사회문제 다루는 융합형 의료기관으로 발전”

한국원자력의학원 18대 이진경 원장 임기 시작… “의사 생활 시작한 곳서 마무리해 영광”
암 치료·실증사업 고도화, 국제 협력 등 발전 방향 제시… 재정 문제 해결도 노력중

국내 최초의 암 치료 전문병원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이 개소 60주년, 발전의 기로에 섰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18대 기관장인 이진경 원장의 취임 기자간담회를 의학원 제1연구동에서 7월 10일 개최하고, 기관의 발전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과학기술부 산하 과학기술특성화병원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은 공공병원으로서 투자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2000년대 이후 민간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암 진료 시설이 급증하면서 차별화의 필요성도 제기돼 왔다.

이진경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한국원자력의학원이 걸어온 길을 소개하고, 앞으로 의학원이 나아갈 중점 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기존의 발전 방향을 전환한다기보다는, 강화할 부분에 대해 강조했다.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인 이진경 원장은 “제가 의사생활을 시작했던 곳에서 의사생활을 마무리하며 기관장을 할 수 있어 영광이다. 1992년에 인턴 생활을 시작할 때는 허허벌판에 주황색 병원 건물 하나 있는 고즈넉한 연구소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여러 연구동 및 시설을 갖춘 모습으로 60주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1963년 방사선의학연구소로 개소했으며, 2002년 북핵의 위협에 대비하고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개소하고, 2010년 지역의료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개원하는 등 국가와 시대의 필요에 따른 형태로 발전해왔다.

이진경 원장은 “의학원에서 선진 방사선 치료기기 도입 등 국내 최초로 했던 일들이 많다. 민간병원에서 암병원을 만들면서 경쟁에서 살짝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암환자에만 치료를 국한하지 않고 국민 상담을 비롯해 민간 기관이 하기 힘든 난치암 연구와 실증 플랫폼 고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 예로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최근 방사성동위원소 악티늄-225를 통해 대학병원에서 차도가 없어 전원된 전립선암 환자를 치료했다. 악티늄-225는 독일, 러시아에서만 소량 합성하고 판매하는 고가의 동위원소인데, 이를 의약품 형태로 만드는 과정을 연구소에서 거쳐, 환자의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의학원은 2021년 수입한 해당 동위원소의 원료물질인 라듐-226을 통해 생산을 추진할 계획이 있으나, 관련 규제가 없어 2년째 규제를 풀기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학원은 실증센터로서 치매진단약품 알자뷰,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 등의 실증을 담당했다. 국내 수술로봇은 고가의 외국산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며, ‘레보아이’는 국내 중소기업이 10여년에 걸쳐 개발한 복강경 로봇이었지만 이를 국내 병원에서 실험적으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해당 제품은 산업자원부 과제를 통한 원자력병원과의 100례까지의 실증을 바탕으로 성능 개선을 이뤄, 현재는 외국에도 수출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본원 앞 주차장 위치에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이동형 음압 병상을 설치해 코로나 치료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진경 원장은 “의학원은 앞으로도 공익적인 기능, 방사선 의학 기능, 사회가 요구하는 정책적인 기능을 다같이 수행하면서 명실상부한 정부 산하 의료기관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진경 원장은 이외에도 방사선 재난의료 연구·진단기능 강화 및 생활방사선 의료대응 확대, 아시아태평양지역 방사선의학 연구거점 도약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방사선영향클리닉은 개소 이후 지속적인 전화상담과 진료를 통해 국민에게 방사선 치료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후쿠시마 원전 폭발, 2018년 라돈 침대 사건 이후에는 다수의 전화상담을 진행했다. 

또한 국제협력 부분에서 몽골제1병원 방사선의학연구소 설립 지원 이후 지속적으로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IAEA(국제원자력기구) 협력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기술을 전수하는 거점 국가인 1호 앵커센터 등록을 앞두고 있으며, 한국원자력의학원의 기술력을 국제사회에도 기여하고,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발표 이후 질의문답에서는 직전 원장의 핵심 추진 사업이었던 카이스트와의 연계 병원 설립과,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진경 원장은 “카이스트와의 협력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긴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원자력병원이 대학병원은 아니지만, 현재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국내 암치료를 주도하는 의사 중에 원자력병원 출신이 많다. 대학과의 협력이 더 돈독해진다면 의사과학자 양성에도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언론에서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재정난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공공의료기관이라고 해도 진료수익을 올려 해결해야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급여 진료로는 진료수익을 올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해마다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진경 원장은 “수익이 제 1목적이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에 우선순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 운영 기조를 바꾸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국내 의료계의 만성적인 저수가가 개선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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