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사협회가 마음 건강 관리와 예방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전문심리상담사를 신설하는 법안에 대해 특정 비의료인에 대한 의료행위의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의협은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대표발의 한 ‘온국민 마음 건강을 위한 전문상담서비스법안’과 관련, 각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통해 정리된 의견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안은 ‘마음 건강 관리와 예방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전문심리상담사의 자격 등에 관한 사항 및 전문상담서비스를 법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국민 마음 건강을 위한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민 모두에게 수준 높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의 마음 건강을 증진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법안이 전문심리상담사의 불법 의료행위 조장 및 현행 보건의료관계법령과 상충되고,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신규 직종 창설 시 보건의료계 혼란 초래 및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비의료인에게 심리 등에 관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전문심리상담사가 아니면 상담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현행 의료관련 법령의 체계와도 어긋나고 법체제의 통일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특정 의료행위에 대한 비의료인의 독점적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의료법의 근간을 파괴하는 입법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본 법안은 비의료인에게 심리전문상담사 자격을 부여하고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는 등 여러 문제가 있으며, 심리전문상담사의 관련 상담을 독점적, 배타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인의 통상적인 심리상담 등이 불법 행위로 판단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며 “법안에 심리상담의 전문영역으로 명시된 ‘중독상담’· ‘트라우마 상담’ 등과 의료법에 따른 정신건강의학과의 ‘심리치료’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명확하게 정립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비의료인인 전문상담사가 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법에 근거한 비의료인의 의료행위 금지조항과도 상충되는 결과가 예상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전문심리상담사와 의사간에 업무영역으로 인한 갈등으로 보건의료계를 비롯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되고, 심리상담의 전문가인 정신건강의학과의사가 상존함에도 심리 등에 관한 전문심리상담사라는 신규 직종을 창출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의료행위인 심리치료 등을 불법으로 시행해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는 것.
아울러 의협은 마음건강 상담의 전문성을 고려한 교육체계 및 인증평가 등의 시스템 부재도 꼬집었다.
의협은 “마음건강에 대한 상담은 고도의 전문영역으로서 의학에서도 전반적인 의학과정을 수료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수련을 마친 이후에 수행을 하고 있다”며 “현재의 학부 및 대학원에서 심리학, 상담학 과목이 개설된 곳이 매우 많고, 그 기관별 교육 수준 또한 다양해, 관련 과목을 이수했다는 것만으로는 심리상담 등의 전문지식을 충분한 수준으로 습득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이러한 기준에 따라 심리 등에 관한 전문 상담사가 배출된다면 국민건강을 돌봐야하는 중요한 직역을 수행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해 국민건강에 위해한 행위를 하게 될 개연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응시자격과 관련, 전문성이 없는 심리 등 관련 상담사와의 상담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는 개인의 경제적 손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지속 및 악화와 더 심각하게는 자살과도 연관돼 질 수 있어 전문성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심리 등에 관한 상담은 단순 학문적으로 수업을 이수했거나, 수련 없이 관련 시설에서 특정 기간 이상을 종사한 것만으로는 상담의 전문성을 획득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사람을 대면해 심리 등에 관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이론과 실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수련체계를 갖춘 기관에서 수련 책임자의 지도감독을 엄격하게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제안된 자격 기준은 너무 느슨해 전문성을 가진 심리 등의 치료를 지원하겠다는 법안의 설립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전문성 저하 문제를 악화시킬 것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의 경우 의료법에 근거한 체계적인 수련 프로그램에 의해 그 전문성이 담보되는데 반해, 전문심리상담사는 그 전문성을 담보할만한 제도나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현행 심리상담 등의 관련 학부나 대학원 과정이 내실 있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제 심리 등에 관한 전문상담 등을 할 수 있는 수준에 부합하는지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하고 상담사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치고 이에 따라 교육체계 표준화, 교육기관 인증평가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