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과는 소멸 직전에 도달한 상태인 바, 즉각적으로 소아청소년과와 관련된 지원·대책 시행이 필요하며,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그나마 소아청소년과에 마음이 있는 의료인 및 지원자들을 붙잡을 수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제기됐다.
‘제74차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가 10월 24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 오크룸에서 개최됐다.

이날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2024년도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65명을 기록하면서 34%까지 회복했지만, 의·정 사태 등을 거치면서 지원자가 거의 소멸하는 것이 아닐지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된 문제가 해결돼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소아청소년과 지원률 등이 회복될 거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최소한 소아청소년과에 몸을 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의료인들이 돌아오도록 어떤 비전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 예로 김 이사장은 정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뽑으면 지원해 주겠다고 밝히면서 TO를 늘려주었음에도 정작 지원하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지방의 어려운 여건에서 근무할 지원자를 뽑으려면 기존보다 차별화된 보상이 있어야 하며, 소아청소년과로 유인 및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보상과 지역적인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TO를 늘려도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이사장은 의·정 협의도 중요하지만, 많은 지원 대책 중 실제로 소아청소년과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수가 등의 문제에 대한 진척이 굉장히 미진한 상태임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지원 등이 빨리 이뤄져야 잠재 수요로 있던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형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회장도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암울한 상황을 동조했다.
이 회장은 “회장직에 취임할 때만 해도 소아청소년과가 앞으로 훨씬 더 나아지겠다는 희망·기대를 가졌었는데, 지난 2월 의정 갈등이 발생한 이후,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고, 오히려 지금 나가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다시 복귀하는 일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인턴들에게 진료과를 다시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다시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겠다는 비중은 3분의 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음을 강조하며, 빠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아청소년과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것은 어려워 보이고, 제때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진료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진수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외협력이사도 현재 소아청소년과가 처한 그 어느 때보다도 위태위태한 현실을 호소했다.
문 이사는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의 구조는 연간 아이가 100만명 이상 태어나는 시절에 맞게 구성된 구조로 유지되고 있는데, 인구가 20만명 정도 태어나는 상황이 오면서 더 이상 소아청소년과를 유지하는 것에 한계가 왔으며,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젊은 사람들이 다 이탈해버리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세계 250대 병원 중 소아청소년과 부문에서 국내 병원 29곳이 선정될 정도로 소아청소년과의 수준을 높게 유지해 오신 교수님들이 10년 내에 대거 은퇴하시면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과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전국에 있는 소아공공의료전문센터와 어린이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