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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새 당뇨병 진료지침, ‘메트포르민’ 삭제·‘이화작용’엔 인슐린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제9판 진료지침 공개


당뇨병 1차치료제로 메트포르민을 권고하는 진료지침 내용이 삭제됐다. 메트포르민은 여전히 임상적 혜택이 충분한 약제이지만 1차치료로 메트포르민을 권고하면서 환자중심 치료의 실현이 제한됐고, 충분히 임상적 혜택이 있는 다른 약제의 사용 기회를 막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체중감소 등 이화작용 증상이 있는 고혈당 환자에게는 인슐린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새롭게 권고됐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위원회가 9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38차 춘계학술대회에서 ‘2025년 당뇨병 임상진료지침 제9판’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 과정에서는 챕터도 재배치됨에 따라 △1장 당뇨병 분류 및 진단 검사 △2장 2형당뇨병의 예방 △3장 혈당조절 목표 달성 및 저혈당 예방 △4장 혈당조절의 모니터링 △5장 포괄적인 자기관리 △6장 약물치료 △7장 심혈관질환 위험 관리 △8장 당뇨병 합병증 관리 △9장 동반대사성 질환관리 △10장 소아청소년의 2형당뇨병관리 △11장 노인당뇨병 △12장 특별상황에서의 당뇨병 관리 및 치료 순으로 구성됐다.

◆’메트포르민’ 1차약 권고 삭제…”환자중심 치료 제한”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줄곧 권장돼왔던 메트포르민 권고 내용이 삭제됐다는 점이다.

건국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종한 교수는 “메트포르민은 여전히 최고의 2형당뇨 약물 중에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임상적인 이득이 있는 여러 약물들이 많이 나와서, 메트포르민만을 1차약제로 하는 현 권고는 환자중심 치료가 제한돼 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진료지침은 단지 과학적 근거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면서 “과연 메트포르민이 과연 모든 환자에게 최선의 약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고, 메트포르민을 1차치료제로 권고하는 것이 오히려 의사의 임상적 판단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다양한 약제가 존재하고, 환자의 선호나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가 중요해진 만큼, 메트포르민에 대한 1차치료제 권고는 오히려 환자중심 치료를 제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화작용 증상 동반 고혈당 환자, 인슐린 치료 권고

세종충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지민 교수에 따르면 기존의 가이드라인은 당화혈색소가 9% 이상인 심각한 고혈당과 함께 증상이 동반된 경우 인슐린 치료를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번 개정판에서는 당화혈색소 수치에 대한 내용이 삭제됐고, ‘고혈당 증상’이라는 말 대신 ‘이화작용 증상’을 동반한 환자에게서 인슐린 치료를 시행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소개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란셋에 발표된 한 RCT 연구에서 당화혈색소가 9% 이상인 고혈당 환자들을 1년 추적연구를 했을 때 혈당조절 효과는 모두 비슷했지만, 인슐린 치료군의 타겟 속도가 빨랐고 경구약 대비 완전관해율도 높게 나타났다. 

이번 진료지침은 보다 현실적인 임상상황을 반영한 것이 특징인만큼 꼭 인슐린만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GLP-1 제제들이 발전하면서 단순히 당화혈색소만으로 인슐린치료를 결정하지 않고, 인슐린 결핍 여부도 중시되고 있다. 

김 교수는 리라글루타이드의 경우 당화혈색소가 9% 이상인 환자에서도 우수한 혈당조절 효과를 보였고, 터제파타이드도 기존 인슐린보다 혈당조절 효과가 뛰어났던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인슐린 결핍이 없는 단순한 고혈당 환자의 경우 GLP-1 등이 인슐린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형당뇨 환자 목표혈압은 130/80mmHg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혜진 교수는 이번 진료지침에서 당뇨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는 130/80mmHg 미만으로 개정됐다고 밝혔다. 이전판인 2023년 진료지침에서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환자는 140/90mmHg, 심혈관질환 등 위험 요소를 동반한 환자는 130/80mmHg를 목표 혈압으로 설정됐었다.

김혜진 교수가 소개한 당뇨환자가 포함된 ACCORD, SPRINT(당뇨환자 제외), STEP, ESPRIT, BP-ROAD에서는 120~130mmHg 등 강력하게 혈압을 조정했을 때 심혈관 사건 감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내 건보공단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혈압 130mmHg 이상부터 뇌졸중 및 심근경색 위험이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혈압이 너무 낮을 경우에도 약간의 위험 증가가 관찰됐다. 연령대별로 나눠 분석했을 때에도 70세 미만에서는 혈압이 낮을수록 심혈관 사건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당뇨병학회는 2022년까지 위험군에 따라 목표 혈압을 다르게 제시했지만 2023년부터는 STEP 연구 결과를 반영해 모든 환자에게 130/80mmHg 미만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 권고의 근거 수준이 B에서 A로 상향됐다.

대한당뇨병학회도 대한고혈압학회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같은 기준을 채택하고 있는데, 저위험군에게는 140/90mmHg, 고위험군에게는 130/80mmHg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김 교수는 “최근 연구에 의해 국내 당뇨병 환자 중 심혈관 위험인자가 전혀 없는 저위험군은 2%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에 “우리나라 모든 당뇨환자에게 130/80mmHg 미만을 목표 혈압으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바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혈압이 120/80mmHg 이상이면 생활습관 개선 시작 △140/90mmHg 이상이면 약물 치료 개시 △최종목표 혈압은 130/80mmHg 미만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알고리즘이 개정됐다고 덧붙였다.

◆항비만제 보조요법 ‘권고’∙MASLD 용어 변경

강남성심병원 배재현 교수는 비만과 관련해 달라진 점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로는 생활습관 개선의 보조 요법으로 항비만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고려할 수 있다”고 개정하며 권고수준을 상향했다고 밝혔다.

또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2형당뇨 환자에서 비수술적 방법으로 체중감량 및 혈당조절이 실패한 경우, 비만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는 기존 지침에 더해 ‘지방간질환 개선 실패 시’까지 추가돼 고려대상이 추가됐다고 했다. 

다만 장기연구나 한국인 대상 연구결과는 거의 없다고 언급하면서, “수술 이후 지방간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수술 후 관리 및 추적 검사에 대한 내용도 명시했다”고 말했다.

배재현 교수는 MASLD(대사이상 지방간질환)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로 용어 변경을 꼽았다. 지난 해 대한간학회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의 이름을 ‘MASLD(대사이상 지방간질환)’으로 용어를 변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도 용어를 전면 개편했다.

또 그간 ALT 검사가 흔히 사용돼왔지만 ‘복부 초음파’에 대해서도 권장하는 것으로 개정됐다고 전하며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을 동반한 2형당뇨병 성인에게는 간섬유화 확인을 위해 vibration controlled transient elastography를 고려한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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