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유산을 겪는 여성에게 면역기능 이상 여부를 선별하고, 이에 따라 맞춤형 면역치료를 시행하면 출산율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건양대병원 산부인과 한재원 교수, 이성기 교수 연구팀은 건양의대 세포생물학교실 김종석 교수와 공동으로 반복유산 환자 중 세포성 면역 이상을 보이는 경우 정맥면역글로불린(IVIG) 치료를 적용한 결과, 출산율이 개선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07년부터 2020년까지 건양대병원 산부인과를 찾은 반복유산 여성 98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후향적 분석으로, 생식면역 분야에서 국내 단일기관에서 수행된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자연유산을 2회 이상 경험한 여성을 반복유산(RPL) 환자로 정의하고, 이들 중 철저한 검사와 치료 결과가 확인된 환자만을 분석에 포함했다. 이 가운데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원인불명 반복유산군(215명)과, 원인이 규명된 환자군(251명)을 나누고, 각각 세포성 면역 이상(자연살해세포[NK] 수치, NK세포 독성, Th1/Th2 비율 등) 유무에 따라 재분류해 총 7개 하위군으로 나눠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세포성 면역 이상을 가진 반복유산 여성에게 면역글로불린 치료를 시행한 경우 전체 출생률은 82.7%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80.7%)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NK세포 수치와 독성이 모두 높은 군에서는 출생률이 90.5%로 가장 높았으며, NK세포 수치와 Th1/Th2 비율이 모두 높은 군은 75%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기록했다. 반면 유산 횟수는 출산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세포성 면역 이상 유형별로 치료 반응을 분석한 최초의 연구로, 향후 면역검사 기반의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데 중요한 학문적 의의가 있다.
한재원 교수는 “반복유산은 여성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특히 면역기능 이상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면역학적 검사를 통해 환자군을 선별하고 맞춤형 면역치료를 적용함으로써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접근은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전략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기 교수는 “반복유산 환자들에게 획일적인 접근이 아닌 개인 맞춤형 면역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이를 토대로 환자 선별 기준과 치료 프로토콜을 더욱 정교하게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생식 내분비 분야의 국제저명학술지 Frontiers in Endocrinology(IF 4.6) 6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