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암센터는 방사선의학연구과 김상수 박사 연구팀이 BRCA1 유전자 결실로 유발되는 유방암의 발생과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BRCA1 단백질은 DNA 손상 복구, 세포 주기 제어, 중심체 복제 및 세포 사멸과 같은 유전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종양 억제단백질이다.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유전성 유방암 및 난소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CA1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은 70세까지 유방암이 발생할 위험이 57%, 난소암이 발생할 위험이 40%로 보고된다. 또한 이 돌연변이로 인한 유방암은 일반적으로 삼중 음성 유방암의 특성을 나타내고 공격적인 경향이 있어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BRCA1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에게 정기적인 유방 검진과 함께 유방암 위험 감소를 위한 유방·난소절제 수술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BRCA1 돌연변이 유방암의 위험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예방과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대응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올라파립(AZD2281)을 이용한 보조 항암화학요법이 추가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지만, BRCA1 결실 유방암에 대한 대처가 시급히 필요하고 치료 옵션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국립암센터 방사선의학연구과 김상수 박사 연구팀(백혜정·조은주 연구원), 서울대학교 황대희 교수 연구팀( 한근희 대학원생),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황창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2000년도 초반부터 유전자적중방법을 이용하여 마우스의 BRCA1 유전자가 특이적으로 제거된 마우스 아바타를 이용하여 BRCA1 결실 유방암에 대하여 연구해왔다.
이 실험용마우스의 경우 BRCA1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어서, BRCA1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유방암이 발생된다. 이 마우스에서 발생된 유방암의 특성은 사람의 BRCA1 돌연변이 유방암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BRCA1 돌연변이 유방암의 예방과 치료에 적합한 타겟을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하여 왔다. 이와 같이 마우스 아바타를 이용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비해서 훨씬 안전하게 연구할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가능성 있는 치료 타겟을 신속하게 발굴할 수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서, 유방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에서 대사의 변화로 인해 암이 더 쉽게 악성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에 주목해, BRCA1 돌연변이 마우스 아바타의 모델을 사용하여 대사 조절단백질인 mTOR가 BRCA1 돌연변이 유방암의 발생 및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유전적 및 약리학적 저해를 통해서 연구하였다.
그 결과, mTOR 유전자를 없앤 BRCA1 돌연변이 마우스에서는 유선 발달이 억제되고 종양 형성률이 37.5%에서 6.9%로 감소했고, mTOR 를 억제하는 약물인 에베로리무스를 15개월 장기간 투여했을 때, 대조군(93%)에 비해 종양 발생률이 46%로 유의미하게 감소되었다.
또한 이미 유방암이 생긴 마우스에 mTOR 억제제를 투여하니 유의미하게 종양의 진행이 억제되고 생존기간이 연장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BRCA1 돌연변이를 가진 유방암이라 하더라도 개체 간 에베로리무스에 대한 반응성에서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암조직으로 오믹스 분석을 수행한 결과, 류코트리엔-호중구 활성화가 약물 민감성과 내성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mTOR 억제를 통해 BRCA1 관련 유방암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전임상적 근거를 제시하며, 향후 임상연구로의 확장을 통해 환자 치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수 박사는 “이번 연구는 BRCA1 돌연변이유방암의 예방과 치료 모두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타겟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는 향후 mTOR 억제제의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생체지표로 활용될 수 있어, 앞으로 후속 임상 연구를 통해 BRCA1 돌연변이 보유 환자들에게 정밀의학 기반 맞춤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