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검체 위수탁 제도 개악을 강력히 반대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예고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안’은 의료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으로, 필수의료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위험한 제도 개악이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위탁검사관리료(10%)를 포함해 110%로 지급되던 검사 수가를 100%로 축소하고, 위탁·수탁 비용을 분리 청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검체검사는 단순히 기계에 검체를 넣고 결과를 출력하는 과정이 아니다.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검체 채취·전처리·보관·이송 등 전 과정을 관리하며, 결과를 해석해 임상적 의미를 전달한다. 이처럼 복잡하고 전문적인 과정을 단 10%의 관리료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의료행위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처사다.
특히 산부인과의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현재 산부인과의 의료행위 수가의 원가 보전율은61 %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현재 산부인과 의원의 주요 수입원인 세포병리검사와 STD PCR 검사(성매개감염검사)는 여성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진단 수단이다. 국가 자궁경부암 검진사업의 핵심 또한 세포병리검사인데, 상호 정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료기관은 손해를 감수하며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 암 검진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로, 세포병리검사 상호정산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국가 자궁경부암 검진사업 참여 중단을 불가피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검체검사 비용을 위·수탁으로 분리 청구할 경우, 환자의 본인부담금 결제 절차가 이중화되고 5만여개에 달하는 검사 수가 코드가 중복되는 등 행정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또한 환자 개인정보가 수탁기관까지 전송되면서 민감정보 유출의 위험이 급격히 높아질 것이다. 특히 산부인과에서 다루는 정보는 개인의 성건강과 생식 관련 민감자료가 포함돼 있어, 유출 시 피해의 심각성과 파급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미 산부인과는 저수가로 인해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제도까지 시행된다면 일차의료기관은 검사 처방을 사실상 중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여성 건강을 비롯한 필수의료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방적인 제도 추진을 중단하고, 의료계와의 협의체를 재가동해 행위료 원가 미달 문제와 검사비 개편을 함께 논의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의료계의 경고를 무시한 채 이 제도를 강행한다면,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전국적인 국가 암검진 보이콧등 강력한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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