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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역의사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할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지역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엔 비수도권이나 의료취약지에서도 국민들이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지역의사제는 제도의 취지와 방향을 떠나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비어 있다. 바로 ‘필수의료’ 되겠다.

이번 제도에는 의무복무 기간 중 전공의 수련과 관련해, ‘복무지역 내에서 필수과목 수련 시 전부 산입’하고 ‘복무지역 내에서 기타과목 및 인턴 수련 시 1/2 산입’한다는 문구가 들어가있다. 언뜻 보면 필수의료를 염두에 둔 설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필수과목’이 어떤 과목을 뜻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결국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면서, 정작 그 필수의료가 무엇인지조차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의료개혁을 추진하던 지난 정부에서도 필수의료의 정의는 모호했다. 어떤 때는 응급·외상 같은 바이탈 분야를 가리키더니, 어떤 날은 일명 ‘내외산소’ 같은 기본 진료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미용을 제외한, 말 그대로 국민 건강과 관련된 모든 진료 과가 필수의료로 취급되는 해석도 등장했다. 

이처럼 필수의료에 대한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보다 촌각을 다투는 진료과목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모습에 다양한 진료과에서 “우리도 필수의료”라고 외치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생겼다.

지역의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먼저 어떤 과목을 지역에서 반드시 확보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지역의사제는 현실적 필요와는 별개로, 그저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일할 의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필수과목이 무엇인지 정하지 않은 채 인력 배치만 강조하면, 지역에서 꼭 필요한 과목이 확보되지 못하거나 지역 병원에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과목에 쏠리는 현상이 생길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사제를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은, 본래 목적대로 제도가 작동되기 위해선 그 핵심이 결국 ‘필수의료 강화’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역에 필요한 과목을 명확히 정하고 그 과목이 실제로 지역에서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된다면 지역의사제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여지가 생긴다. 필수의료를 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의사제를 운영한다면 단순한 인력 배치 제도에 머물겠지만, 필수의료와 연동된다면 지역 의료의 기반을 조금이나마 안정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필수의료의 범위를 정확히 설정해야 한다. 지역에서 어떤 진료과목이 반드시 필요한지, 그 과목에 얼마만큼의 지원과 보상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 병원의 수련환경, 당직 구조, 병상 인프라, 전문의 확충 계획 등을 필수의료 과목 중심으로 다시 조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정부에서 생각하는 필수의료의 개념이 무엇이든 필수의료를 강화하지 않고는 지역의사제도 성공할 수 없다. 지역의사제가 진정으로 지역의 공백을 채우는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지금보다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 강화와 체계적 투자가 훨씬 구체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지역의사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그러나 제도만 통과됐을 뿐 제도를 실제로 움직일 핵심동력은 아직 비어 있다.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필수의료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답이 채워질 때 비로소 지역의사제는 지역의 의료를 바꾸는 제도로 작동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닌 더 명확한 기준과 더 확실한 지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