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검사 시 사용하는 조영제의 종류에 따라 파킨슨증 및 파킨슨병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세대·이화여대·가톨릭대·숭실대 공동 연구팀이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22만 2977명을 대상으로 약 10년간 추적·분석한 결과 과거에 사용하던 선형 가돌리늄 기반 조영제(GBCA)를 맞은 환자는 파킨슨증 위험이 소폭 증가한 반면 현재 주로 사용하는 ‘거대고리형’ 조영제를 맞은 환자는 위험 증가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2011~2014년 사이 처음으로 MRI를 받은 40세 이상 한국인 22만 2977명을 ▲조영제 없이 MRI를 받은 그룹(9만 2230명), ▲선형 조영제로 MRI를 받은 그룹(4만 8335명), ▲거대고리형 조영제로 MRI를 받은 그룹(8만 2412명)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이후 2022년까지 파킨슨증 진단 여부를 추적 관찰하며 나이·성별·흡연·음주·신장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교 분석했다.
뇌·척추 MRI는 파킨슨증 혹은 관련 징후로 인해 시행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이로 인한 왜곡을 줄이기 위해 해당 환자들은 처음부터 분석에서 제외했다.
현재 MRI 검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거대고리형 조영제를 투여받은 환자군은 조영제를 투여받지 않은 군과 비교해 파킨슨증 위험에 차이가 전혀 없었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파킨슨증, 파킨슨병, 이차 원인에 의한 파킨슨증 등 세부 분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과거에 사용하던 선형 조영제를 투여받은 환자군은 조영제를 투여받지 않은 군보다 파킨슨증 위험이 약 13% 높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 암 과거력이 없는 사람에서 이 위험이 더 두드러졌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파킨슨증, 파킨슨병, 이차 원인에 의한 파킨슨증 등의 발생 위험도 비슷한 정도로 소폭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문원진 교수는 논평을 통해 “현재 사용되는 거대고리형 조영제가 파킨슨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다만 선형 조영제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론적으로 선형 조영제는 상대적으로 낮은 안정성으로 인해 가돌리늄 이온을 체내에서 더 쉽게 방출해 뇌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선형 조영제 투여군의 암 환자 비율(58.1%)이 조영제 미투여군(5.6%)보다 훨씬 높았던 만큼, 항암 치료에 사용하는 일부 약물이 파킨슨증을 유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문원진 교수는 “파킨슨증이 나이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질환임을 고려하면, 두 그룹 간 평균 나이 차이(약3.6세)가 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외 많은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더 안전한 거대고리형 조영제를 주로 사용하는 추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선형 조영제 사용 시 추가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는 근거를 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로 인해 MRI 조영제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영상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Korean Journal of Radiology(KJR)’ 2026년 3월호에 게재됐다.
MRI 조영제는 검사 결과를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혈관에 주사하는 약물이다. 가돌리늄이라는 희토류 금속을 포함하고 있어 ‘가돌리늄 기반 조영제(GBCA)’라고도 불린다.
조영제는 분자 구조에 따라 가돌리늄을 고리 모양의 단단한 구조로 감싸는 ‘거대고리형’과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결합하는 ‘선형’으로 나뉜다. 선형 조영제는 체내에서 가돌리늄 이온을 더 쉽게 방출할 수 있어,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뇌 등 조직에 침착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용 주의 및 제한 조치를 내린 이후 대부분의 국내 병원에서는 거대고리형 조영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선형 조영제는 간종양 진단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