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팀(제1저자 탁권용 임상강사)은 anti-CD38 항체 치료를 받은 다발성골수종 혈액암 환자에서의 B형간염 바이러스(HBV) 재활성화 발생률과 위험도 층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동일한 anti-CD38 치료를 받더라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고위험 하위군이 존재함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B형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5,700만 명의 만성 감염자가 존재하는 주요 감염병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연간 약 110만 명이 B형간염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그 중에서도 현 시점에는 B형간염이 없지만 과거 감염 이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면역억제 치료 환경에서 잠복 상태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될 수 있으며, 급성 간염·간부전·사망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 재활성화로 중증 간염이 발생한 환자의 약 20-30%에서 간 관련 사망이 보고된다.
현재 다발성골수종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anti-CD38 항체는 1차 치료부터 재발/불응 단계를 아우르는 핵심 약제로 자리잡고 있다. 해당 치료제는 강력한 면역조절 효과를 통해 치료 성과를 높여, 환자들의 예후 개선과 생존률 제고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다만 CD38은 골수종 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형질세포와 면역조절세포에도 광범위하게 발현되어 있는 만큼, anti-CD38 치료는 항종양 효과와 동시에 B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면역 체계를 교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바이러스 재활성화 위험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부족해, 가이드라인에서도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일괄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 '회색지대'가 있어왔다. 학계에서도 이런 기전에 따른 바이러스 재활성화 사례가 보고되어 온 바가 있었으나, 실제 발생률과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 효과를 입증한 실사용 데이터는 부족한 상태였다.
이에 연구팀은 2015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anti-CD38 치료를 받은 다발성골수종 환자 709명 중에서 과거 B형간염에 노출된 환자(anti-HBc 양성, HBsAg 음성) 180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중앙 추적 관찰 기간은 14.5개월로, 이 중 14명(7.8%)은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행한 환자였으며 166명(92.2%)은 예방 치료 없이 1-3개월 간격으로 바이러스 지표 및 간기능 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 치료 미시행군 166명 중 B형간염 재활성화가 확인된 경우는 13명(7.8%)이었다. 이 수치는 유럽간학회(EASL) 임상 가이드라인이 정의하는 중등도 위험군(1-10%) 범주에 해당하며, 현행 지침에서는 이 범주의 환자에게 예방적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일괄 권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구팀은 동일한 치료를 받는 환자들 사이에서도 재활성화 위험도가 균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 아래, 예방 미투여군 내 독립적 위험인자를 다변량 분석으로 도출했다. 그 결과, 기저 anti-HBs(B형간염 표면항원에 대한 방어 항체) 수치 100 IU/L 미만과 재발·불응 단계에서의 치료 시작, 두 가지가 재활성화를 예측하는 핵심 인자로 확인됐다. 이 두 인자를 조합해 환자를 4개 하위군으로 층화하여 분석했다. 그 결과 저위험군(anti-HBs ≥100 IU/L + 1차 치료)에서는 전체 추적 기간 동안 재활성화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반면, 고위험군(anti-HBs <100 IU/L + 재발/불응 치료)에서는 중앙 추적기간 10.6개월 동안 약 19.6%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4개월 누적 발생률은 무려 약 4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고위험군이 기존 EASL 분류 기준으로는 여전히 '중등도 위험(<10%)'으로 분류돼 예방적 항바이러스 투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이다. 전체 발생률만 놓고 보면 중등도 위험처럼 보이지만, 환자 특성을 세분화하면 그 안에 실질적인 고위험에 해당하는 하위군이 존재하는 만큼, 기존의 일률적인 위험 분류 체계만으로는 식별하지 못하는 예방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의 효과도 명확하게 입증됐다. 예방 치료를 시행한 14명에서는 재활성화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중증 간염과 간 관련 사망 역시 예방 미시행군에서만 발생했다. 중증 간염은 고위험군에 집중됐고, 간 관련 사망자는 모두 고위험군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위험군 선별과 예방 치료가 치명적 결과를 막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탁권용 임상강사는 "anti-CD38 치료는 혈액암 치료에서 점점 더 앞선 단계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간염 재활성화 위험 평가 역시 정밀해져야 한다"며 "anti-HBs 수치와 치료 이력을 반영한 위험도 분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성필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anti-CD38 치료가 '중등도 위험'으로 단순 분류되던 기존 인식을 넘어, 명확한 고위험군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선별적 예방 항바이러스 치료 전략을 통해 간부전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임상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향후 다기관 연구를 통해 anti-CD38 치료 환자에서의 표준화된 예방 전략 수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산발적 재활성화가 확인된 중등위험군에 대해서는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와 강화 모니터링 중 어느 전략이 더 효과적인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개정된 '유럽 간질환 관리 가이드라인' 중 'B형간염 재활성화' 부분의 임상적 의견을 추가로 제출한 이번 연구는 세계 간질환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Journal of Hepatology (IF 33.0)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