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성 감기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일반적 처방조치만 내려 뇌수막염으로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사의 주의의무 소홀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환자 A(9세 남아)는 2004년 6월 29일 발열, 두통, 복통 등의 증상으로 B의원에 내원했으며, 의사 C는 진찰 결과 인두발적 증상이 있어 망인의 증상에 대하여 급성인두염, 감염성 기원으로 추정되는 설사 및 위장염이라고 진단내리고 환자 A에게 소염진통제, 해열제, 소화제와 위장약을 처방했다.
그러나 환자 A는 복통과 구토가 계속되고 눈이 붓는 등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6월30일과 7월 1일 계속 B의원에 내원했으며, 의사 C는 인두발적 증상이 계속돼 위와 같은 통증이 있다고 진단하고 다른 처방을 하지 않은 채, 수액제를 투여한 다음 환자 A를 귀가토록 했다.
환자 A는 7월 1일 오후 5시경 다른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당시 환자 A는 이미 반혼수상태로서 복부와 등 부위에 심한 자반 증상을 보였고, 위 병원은 즉시 환자 A를 제3차 의료기관에 전원시켰다.
하지만 환자 A는 제3차 의료기관 응급실에서 의식이 혼미상태로 진행되다가 곧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7월 25일 사망했다.
이에 법원은 환자 A가 처음 내원해 처방을 받은 다음날인 6월 30일 이후에도 환자 A가 밤새 복통과 구토를 계속하면서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이 사건의 경우 의사인 피고로서는 바이러스성 감기 외의 다른 병, 즉 세균성 감염으로 인한 뇌수막염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여 보다 자세히 시진, 문진 등을 실시해 그 감별을 위해 노력하고, 세균성 감염일 경우에 대비하여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환자 A의 보호자 등에게 환자 A의 병증 및 뇌수막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보다 정밀한 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을 권고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C는 만연히 망인의 질환을 바이러스성 인두염 및 위장염으로만 진단해 세균성 감염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다가 뇌수막염을 의심하는 환자 A의 보호자의 문의에도 걱정하지 말라고 답하여 망인의 뇌수막염에 대한 처치를 지연시킨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법원은 “뇌수막염은 감기증상과 비슷하여 발병 초기에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이사건과 같은 세균성 감염을 원인으로 한 뇌수막염의 경우에는 2, 3일 내에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을 만큼 진행속도가 빨라 의사 C가 척수액검사 등이 가능한 큰 병원으로 옮기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사망이라는 결과를 완전히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사망한 환자 A가 9세 가량의 남아로서 상당한 정도의 면역체계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예상되는데 의사 C로부터 마지막으로 진료를 받은 때로부터 불과 수시간 내에 급속하게 상태가 악화돼 혼수상태에까지 이르게 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참작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세균성 뇌수막염이 확실시될 경우에는 비록 그 원인균이 정확하게 판명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신속하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폐해를 고려할 때 세균성 뇌수막염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까지 경험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의사 C의 책임비율을 45%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김도환 기자(dhkim@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