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각한 저출산률과 함께 기혼여성 10명 중 4명이 인공 임신중절수술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들은 임신한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알코올, 약물을 복용하거나 터울조절을 실패해 임신중절수술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의대 삼성제일병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임신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음주, 흡연, 약물, 방사선 촬영 등에 노출된 임산부 중 47%가 기형을 두려워한 나머지 임신 초기 임신중절수술을 고려했으나, 실제로 출산한 아이 중 95% 이상은 정상아로 태어났다.
“잘못된 인식과 인터넷 등에서 무분별하게 전해지고 있는 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실제보다 더 큰 기형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임신중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임산부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는 것이 시급합니다”
1999년 국내 처음으로 임신약물상담과 계획임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마더리스크 프로그램(Mother Risk Program)’을 도입한 성균관의대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렬 교수는 이 프로그램 도입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불필요한 임신중절을 방지하고 웰빙임신과 기형아의 일차 예방을 위한 마더리스크 프로그램은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활성화되어 있다.
특히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Hospital for Sick Children에 속한 마더리스크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Teratogen Information Service 하나로 꼽힌다.
한국 마더리스크 프로그램은 캐나다 마더리스크 프로그램의 Dr.Koren의 지원과 도움으로 개설되어 외래와 인터넷, 전화상담을 통해 약물 및 알코올, 그리고 방사선 및 화학물에 노출된 임산부들에게 선천성기형 발생률에 관해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함으로써 불필요한 임신중절을 예방하고 건강한 임신을 돕고 있다.
마더리스크 프로그램을 적용해 유해물질에 노출된 임산부 1300여명을 대상으로 약물상담을 한 결과 47%가 기형을 우려해 임신중절수술을 고려했지만, 약물에 노출된 임산부가 임신을 유지하였을 때 실제 기형이 발생한 경우는 3.7%로, 노출이 없었던 평범한 임산부의 기형 발생률 3.2%와 큰 차이가 없었다.
“약물상담과 함께 비중을 두고 있는 부분은 계획임신입니다. 예비임신부부의 장래의 아기에 대한 위험 요인을 평가 및 개선함으로써, 임신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맞춤형 계획임신을 돕고자 합니다”
자녀의 나이터울을 조절하지 못해 인공 임신중절수술을 선택하는 기혼여성 여성이 75%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를 보면 계획임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이와 함께 마더리스크 프로그램은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가 부득이하게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모유수유에 적합한 약물을 복용하도록 돕고 있다.
“마더리스크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부가 임신과 출산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줄 때 비로서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정렬 교수의 바람대로 정부의 관심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국회 저출산 및 고령화사회특별대책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 주관으로 오는 1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임산부의 날 선포식’을 개최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후원하는 이날 행사는 ‘10월10일 임산부의 날’ 선포식과 ‘임산부의 권리 선언문’ 낭독에 이어 임산부 존중을 의미하는 배지 전달식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이날 한정렬 교수는 ‘임산부를 위한 강좌-웰빙임신’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임산부들이 느끼는 다양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로 건강한 임신을 도울 예정이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com)
200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