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누군가 “당신의 배꼽 아래는 어떻습니까”라고 묻는다. 조금은 발칙하고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어떻게 대놓고 묻냐고 얼굴 붉힐만도 하건만, 오히려 큰 웃음소리와 공감이 가득하다.
신혼, 중년, 노년부부의 남성질환을 둘러싼 해프닝을 코믹하게 다룬 연극 ‘배꼽아래, 이상 無!’의 현장 분위기는 이렇게 즐겁고 유쾌했다.
이번 연극을 주관한 곳은 일반 극단이 아닌 대한남성과학회(회장 김제종·고려의대). 학회는 2004년 처음으로 시작한 ‘남성건강캠페인 – 자신만만 중년만세’에 이어 2005년에는 ‘남성건강캠페인- 자신만만 남성만세’을 전개했으며 이번 연극 역시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남성과학회는 작년에 첫 선을 보인 중년남성들의 솔직화끈한 바지속 이야기를 다룬 연극 ‘다시 서는 남자 이야기’가 의료계와 관객들로부터 받은 뜨거운 호응을 받자 일회성 기획이 아닌 지속적인 캠페인 컨셉으로 연극을 진행하게 됐다.
김제종 회장은 “지난해 처음 연극을 올렸을 때 관객들의 호응이 무척 높았습니다. 연극을 즐기면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효과적이었고, 환자들과도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도 되었죠”라고 전했다.
작년의 경우 8개 지역의 투어를 통해 약 5000여명의 관객이 무대를 찾았다. 올해에는 서울 대학로 상명홀에서 5일간 관객을 만났다.
비뇨기관련 질환들은 중년이상의 남성들이 많이 찾는다는 통념을 깨고, 예비부부와 젊은 부부들의 관심이 높았던 경험을 통해, 올해 연극에서는 젊은 부부들의 얘기를 많이 포함시켰다.
공연 전 만난 김제종 회장은 관객의 반응이 어떨지 자못 궁금한 모습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부부들이 적극적으로 남성 건강을 관리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삶의 질을 좀 더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관객석에 앉아보니 중년부부는 물론 젊은 부부도 눈에 많이 띈다. 또한 대한비뇨기과 김세철 이사장(중앙의대)도 자리에 함께했다.
“국내에서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숨기는데 급급하다 보니 많은 부분이 왜곡되어 있고 성질환이 생기면 숨기는데 급급하죠. 이번 연극을 통해 이같이 잘못된 국내 성인식에 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연극이 시작되자 신혼, 중년, 노년부부 3쌍의 부부 모두가 행복한 모습이다. 하지만 3명의 남편들은 각각 연령에 따라 혹은 경험미숙에 따라 남성질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통계에서 보듯이 이들은 배우자나 병원이 아닌 친구들 혹은 동성 이웃들과 고민을 나눌 뿐이다. 부인들의 쌓이는 오해와 말 못하는 남편들의 답답함.
이들을 고민해결을 위해 학회 소속 비뇨기과 전문의 김홍식 충남의대 교수가 연극에 직접 출연, 공연 속 부부의 사례를 통해 조루, 발기부전, 전립선비대증 등 남성질환에 대해 유머를 섞어 알기 쉬운 의학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연극 배우들이 공연 중 질환의 예방과 치료 방법, 치료 후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메시지를 노래와 춤, 코믹한 연기로 표현해 즐거움을 선사했다.
공연이 끝나고 만나 한 40대 남성관객은 “신나게 웃고 있는 동시에 공감이 가더군요. 오늘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얻어가는 것이 많습니다” 올해 연극도 성공적일 듯하다.
연극배우들과 한 무대에 오른 김홍식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출연하게 됐다. “남성과학회의 취지에 공감하며 전국 순회공연이었던 작년에 대전지역에서 처음 참여하게 됐습니다. 작년을 제외하고는 연극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여서 무대에 오르니 긴장되면서도 즐거웠습니다”
김 교수는 유난히 숨기기에 급급한 남성질환에 대해 안타까움과 이 같은 연극을 통해 관객 한명 한명의 생각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감기 걸린다고 창피해 하는 사람은 없는데, 유난히 성질환은 숨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연극을 보고 가신 분들은 편안하게 남성질환을 이야기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연극을 참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기능성연극’이라는 연극의 새로운 방향을 선보인 남성과학회 연극이 내년에도 더욱 재미있고 더욱 공감 가는 무대를 선보이기를 기대해본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