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확정된 미래보다는 남이 안하는 것 그리고 재미있는 것을 찾아 다닙니다. 그래서 정형외과에서는 ‘족부’를 세부전공으로, 교수 대신 월드컵 대표팀 ‘주치의’를 선택했죠.”
최근 2006독일월드컵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로 위촉된 관동의대 명지병원 김현철 교수.
9일 오후 기자가 찾은 김 교수 연구실은 짐 정리로 분주한 가운데 올해 대표선수들의 현재 건강상태가 담긴 파일이 한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주치의로 위촉되어 학교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족부정형외과 전문의인 김 교수는 이번주 목요일까지 환자를 진료하고 15일 일요일에 대표팀과 중동으로 떠난다.
김 교수는 이미 우리나라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이룩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주치의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의 요청으로 대한축구협회가 주치의를 선발했습니다. 주변의 추천도 있고 개인적으로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신청서를 제출했죠.”
당시 조선의대에 재직 중이던 김 교수는 주치의로 위촉됐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대표팀 주치의와 교수직을 병행할 수 없었고, 김 교수는 주저없이 주치의를 선택했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치의로 활동하면서 교수직을 함께 할 수 없어 이번에도 생업을 포기했다.
축구협회가 6일 주치의를 공식발표는 했지만 김 교수가 제안을 받은 것은 한달 전이다. 그 한달 적잖은 고민을 했다.
“축구에 대한 열정, 체계적인 의료를 지원받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확정된 길을 가고 싶지 않은 제 성격이 이번에도 주치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김 교수는 15일부터 중동에서 시작되는 해외전지훈련을 시작으로 독일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6개월간 주치의로 활동한다.
월드컵 대표팀 의료를 책임지는 김 교수는 선수들의 부상관리와 재활, 영양섭취, 심리상담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현재 선수들을 만나기에 앞서 선수들의 기본적인 건강상태에 대한 자료를 모아 분석하고 있다.
또한 2002년 월드컵에서 미흡했던 점을 보완해 올해에는 보다 체계적인 의료를 선보일 예정이다.
“광주에서 열린 스페인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이뤘지만 선수들의 체력을 말이 아니었죠. 선수들의 체력회복이 급한데 준비된 프로그램이 없어서 부랴부랴 동료의사에게 연락해 링거주사를 준비했었죠.”
특히 김 교수가 신경쓰는 부분은 선수와 주치의 사이의 ‘신뢰’ 확보. 선수들이 주치의를 완전히 신뢰할 때 부상의 위험도는 낮아지고 재활치료는 수월해진다.
개최도시가 낯선 독일이라는 점과 지난 월드컵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인해 더욱 긴장하고 있는 선수들을 위해 현지사정을 빨리 파악해 심리적 안정을 도울 계획이다.
김 교수는 2010년 월드컵에서는 축구강국처럼 전문의료팀을 구성해 대표주치의로 활동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축구강국은 전문팀이 선수의 건강을 관리합니다. 2010년 월드컵에서는 내과의사와 심리상담사, 영양사 등 3~4명으로 구성된 의료팀을 구성하고 대표주치의로 활동하면서 국가대표팀을 돕고 싶습니다.”
월드컵 대표팀 뒤에서 소리없는 지원을 펼칠 김현철 교수의 노력이 오는 6월 9일부터 한달간 열리는 독일월드컵에서 좋은 경기결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