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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MRI 촬영 늦어 환자 부분마비…병원책임 20%

서울고법 “신속한 전원의무 어겨 환자 치료기회 잃어”

MRI 촬영인력을 갖추지 않은 병원이 신속한 전원을 하지않아 환자가 마비상태에 이르렀다면 병원측의 과실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환자 A는 02년 10월 22일 19시경 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왼편으로 감각이 없고 힘이 들어가는 증상을 보여 119구조대원의 도움으로 20시55분경 B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환자 A는 B병원의 신경과 당직의사인 C(레지던트 1년차)의 문진에 대해 ‘어지럽고 왼편의 감각이 없으며 힘이 빠지는 것 같다. 뇌졸중인 것 같다’고 답했고, 과거 병력에 대해서는 2년 전에 다른 병원에서 시행한 검사 결과 뇌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특별한 증상은 없었고, 10년 전부터 당뇨가 있어 5년 전부터 다오닐정을 매일 1정씩 복용하고 있으며, 5년 전부터는 늘 다니던 길을 못 찾고 의사소통이 안 되는 치매증상을 보여 오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당직의사 C는 환자 A의 증상 등이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것인지 말초 전정계인 세반고리관, 전정신경의 이상 등으로 인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신경학적인 검사를 시행, 뇌경색을 의심할 만한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자 일응 말초성 어지럼증으로 진단했다.

환자 A 및 그 보호자에게 환자 A의 과거력에 비추어 뇌혈관질환인지 여부를 확진하기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 필요하나, 당시는 야간이어서 B 병원에는 촬영기사가 퇴근하고 없어 MRI 촬영을 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MRI를 촬영하려면 아침까지 기다려야 하니 MRI촬영이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할지 여부를 물어 보았으나, 선정자 1 및 그 보호자들은 22:05경 피고 병원의 응급실에 남아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이에 당직의사 C는 22시8분경 선정자 1에 대하여 응급혈액검사 및 소변검사를 할 것을 지시하였고, 또 다른 의사 D는 23시28분경 혈당검사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다음날인 23일 0시45경 환자 A가 어지러움을 호소해 당직의사 C가 급성 어지러움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발륨(valium)을 수액에 섞어 환자 A 에게 투여되도록 했고, 이후 1시30분경 환자 A가 왼편에 힘이 들어간다고 호소해 1시40분경에 당직의사 C가 다시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했다.

6시경에는 간호사 E가 환자 A의 활력증후를 측정했는데, 혈압은 160/100, 맥박은 114회/분, 호흡 20회/분. 체온 36.4˚C였고, 좌측 마비가 계속된 상태였다.

7시41분경에 이르러 당직의사 C는 환자 A에 대해 뇌 MRI 촬영을 예약하도록 지시했고 11시50분경 뇌 MRI 촬영을 한 결과 뇌경색의 소견이 보였다.

그 후 시행한 신경학적 검사에서 좌측 상하지의 마비 및 좌측 상하지의 감각이상이 나타나 결국 뇌졸중으로 판단하고 당직의사 C는 23일 12시16분경부터 환자 A에게 항응고제인 헤파린을 투여하는 등 뇌경색에 대한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25일 환자 A의 좌측 마비가 진행돼 기존 항응고제에 항혈소판제를 추가하는 등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특별히 차도를 보이지 않아, 환자 A는 29일 퇴원하였으며, 현재 환자 A는 좌측 상하지가 마비되고 감각이 소실된 상태다.

이에 서울고법(판사 이인복, 김성대, 견종철)은 “환자의 연령, 과거병력에 비추어 뇌경색을 의심할만한 충분한 정황이었으므로 그 확진을 위해 뇌 MRI 촬영이나 적어도 뇌 CT 촬영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야간에 뇌신경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MRI 촬영 인력을 갖추지 않은 피고 B병원으로서는 신속히 야간에도 MRI 촬영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전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병원측의 잘못을 지적했다.

이어 “임상경험이 풍부하다고 보기 어려운 레지던트 1년차로 하여금 환자에 대해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하게 하고 그 진단에 따라 환자의 증상을 만연히 말초성 어지러움으로만 보고 이를 기초로 환자와 보호자 등에게 전원 여부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전원을 통해 뇌졸중 여부를 판명할 수 있는 MRI 촬영을 즉시 시행받아 발병 초기(3~6시간 이내에)에 뇌졸중에 대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하고, 피고 병원에 호송된 때로부터 무려 14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MRI 촬영을 시행하고 그제야 비로소 뇌졸중임을 판명하여 때늦은 치료를 시행한 과실로 결국 환자로 하여금 좌측 상하지 마비에 이르게 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만 뇌경색 질환의 특성 및 환자 A의 연령, 증상 등을 감안해 볼 때 환자 A에 대해 즉시 MRI 촬영을 하여 뇌경색을 확진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환자 A가 완치될 수 있었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환자 A와 보호자 등도 피고 B병원에서 MRI 촬영이 불가능한 사정을 알게 된 즉시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지 않고 그대로 치료받도록 한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피고 B병원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