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 의료현실은 너무나 암담하다고 한다. 타개책은 없을까? 메디포뉴스는 창간 기획테마로 한국의료의 진로에 대해 정부관계관과 학계 및 연구단체 등 전문가의 견해를 통해 2회에 걸쳐 방향성을 타진해 보려고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보건의료산업은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특히 임상의학면에서 최신 의술의 발달은 선진국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동안 의료인력과 시설ㆍ장비의 양적ㆍ질적 성장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상당 수준 향상시켰다. 의료보장면에 있어서도 전국민 의료보험의 실시로 의료기관의 문턱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랄까, 겉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내적으로 보면 너무나 문제가 많다.
해마다 도산하는 의료기관의 숫자가 늘어가고 있고 그나마 버티고 있는 의료기관들마저 살아남기 위해 아예 교과서적인 진료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료의 왜곡현상이다. 보험재정안정이라는 명분아래 남발되는 각종규제로 인해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의료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하향평준화되고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의료보장의 혜택을 받는다고 하지만 만족할 만한 급여가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과 높은 본인부담율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의료인에 대한 불신만 가중되어 의료인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지고 의료환경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2000년 의료대란 이후 해마다 의료계에서 투쟁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음은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올해에도 수가계약과 관련해 또 한차례 진통을 겪고 있는 국면이다.
미래에 대한 비젼은 커녕 생존을 위한 목소리만 높여야하는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 안타깝다. 언제까지 이러고만 있어야 할 것인가?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지금의 열악한 의료현실은 그 동안 정부의 방향 감각 없는 빈번한 정책의 변화로 인한 혼란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기본 여건이나 환경은 무시한 채 무리한 업적위주의 정책 남발과 행정 편의적인 규제위주의 의료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보건의료산업의 성장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OECD회원국에 걸맞는 보건의료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통제와 규제보다는 투자와 동기부여로 이해관계자의 관심과 노력을 결집하여 보건의료산업을 육성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가개념의 적정 수가기준에 대한 평가조차 제대로 해본 적 없이 보험재정안정에만 역점을 둔 현행 수가결정구조, 전문분야의 의견을 집단이기주의로 치부하는 정책결정 시스템 아래에서는 국민들과 의료인들의 불만과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풍부한 전문의료인력과 활용가능한 의료시설 등이 있으며 또 지금까지 우리 의학은 민간주도로 발전해 왔다. 이들 자원과 그간의 경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극대화 한다면 세계화와 개방화라는 파고를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문제해결의 접근방식은 포퓰리즘을 이용한 밀어붙이기식이나 규제로 해결하려고 하는 자세의 정책보다는 의료인 스스로가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사기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의료계의 지배적 견해이다.
높아만 가는 국민의 의료욕구, 각종 환경공해발생과 신종 전염병의 출현,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인한 질병구조의 변화, 시장개방화 등 앞으로 더욱 급변할 보건의료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으로 의료정책의 틀부터 바꾸는 단안이 시급한 시점이다.
진승준 기자 (sjchin@medifonews.com)
200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