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통분만 파문으로 ‘100분의 100 환자 본인부담제도’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면서 건강보험에서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의사와 환자의 갈등만 키우는 이 제도를 당장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무통분만 사태와 관련, 지난 1일 의료수가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건강보험의 100/100 전액본인부담 규정을 즉각 폐지할 것을 정부측에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무통분만과 같이 정부가 보험 재정의 지출이 전혀 없는 의료행위마저 100/100 보험급여로 묶어 의료수가의 통제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는 의사의 진료권과 자율성을 억압하고 규제하는 불법적인 고시"라고 지적한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액본인부담 규정을 폐지하는 것을 비롯하여 *건강보험수가 전면 현실화 *열악한 건강보험 재정하에서 선심성의 무분별한 급여 확대 중지 *무통분만 시술은 환자와 의사간의 자율적 결정에 맡길 것 등 서울시의사회 입장을 정부측에 전달했다.
이외에도 의료계 전반에서는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의료기관을 동정하는 여론보다 비난이 많았기 때문에 차제에 의료계의 대국민 이미지 쇄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무통분만사태를 계기로 100/100의 폐지 여부와 불합리한 건강보험 급여정책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100/100 전액 본인부담 적용은 산부인과 이외에 외과, 흉부외과, 이비인후과 등 거의 대부분의 진료과에 상당 항목이 포함돼 있고, 재료대나 처치료 원가를 정부가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을 국민이 이해하지 못해 더욱 문제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므로 대대적인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유사사건이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국면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도 “100/100본인부담제도는 환자 입장에서도 불합리한 점이 많았다”면서 “재정이 어렵다면 환자가 90%를 부담하게 하는 방식을 적용해 건강보험에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100/100 항목을 일부부담으로 전환하기 위해 재정 2,0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수가협상 과정에서 요구했었다.
보건복지부도 무통분만의 수가가 불합리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고 100/100의 존속 여부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 문제는 의료시혜의 질적 보장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 제도는 지난 99년 건강보험법이 제정되면서 한정된 보험제정으로 운영하기 위해 ‘비용의 본인부담’(동법 시행령 제22조)의 확대해석으로 산출된 기형적 제도라는 점에서 더욱 근본적 검토의 긴요성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의원문제연구회 권오주회장(서울 노원 권오주의원)은 “가장 큰 문제점은 질 높은 의료행위를 위해 사용되는 ‘신의료기술’에 대해 계속 ‘100대 100’의 이론을 적용하고 있는데 있다.”고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지적한다. 정부가 전문 기술료를 통제하면 신의료기술에 의한 의료시혜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는 것.
권회장은 100대 100의 이론을 ‘신의료기술’에 대해 적용하게 되면 통제만 강화 할 뿐 신기술의 개발이나 연구 의욕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부담을 환자에게만 전가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신기술의 도입에 대해서는 개척자의 예우를 충분히 하여야 하고 이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특허기간에 대한 의료보수를 어떻게 그리고 누가 부담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책임이 바로 국가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건강보험이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시점이다.이 제도가 지난 2001년 의보재정이 파탄나면서 정부가 불가피하게 채택할 수 밖에 없었던 대안이었다면 건보재정이 흑자로 돌아 선 상황에서는 시급히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무통분만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의료기관만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제도의 문제제기와 사태발생의 우려는 앞으로 더욱 클 것이 예견된다. 더구나 이 제도의 적용범위가 크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또 불거질지 예측할 수 없다.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시급한 개선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진승준 기자 (sjchin@medifonews.com)
200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