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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중환자실 전담의, 인턴-레지던트도 OK?

중환자의학회 “현실 반영못하는 ‘중환자실’ 제도개선 시급”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고윤석)가 최근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 제도를 실시하며 1,120명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국내 중환자 진료의 이른바 ‘위기상황’을 타개하고, 중환자의학의 전문화-표준화를 위한 첫발을 디딘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생적’ 노력과 함께,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개선도 시급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중환자 전담의사에 대한 규정. 복지부는 작년 1월 31일자 시행규칙에서 “중환자실에는 전담의사를 둘 수 있다. 다만,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전담전문의를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뒤집으면 (성인) 중환자실의 경우는 인턴, 레지던트 혹은 일반의가 전문의의 지도감독 없이 단독으로 중환자를 진료해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성인 중환자실 전담의는 인턴, 레지던트도 가능
중환자의학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생사의 간극이 극히 좁은 중환자실에서 인턴이 전담의로 활동한다고 할 때 이를 받아들이는 환자와 가족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 관계자는 감정적 측면뿐 아니라 국민건강의 측면에서도 이는 심각한 모순을 갖고 있는 규정이라고 못박았다.

“중환자실의 전담의는 외래 또는 병동환자의 진료 등을 병행할 수 없다”는 규정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예다.
중환자의학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외래진료, 병동환자 진료, 혹은 수술실 마취에 전혀 관계하지 않는 중환자실 전문의는 5명도 되지 않는다.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중환자실 전담의사를 *중환자들의 임상관리 책임을 맡고 있으며 *Critical Care Medicine 전문자격(혹은 동일한 자격) 소지 *환자를 적어도 하루에 2번 이상 볼 것 *중환자를 직접 관리하고 있는 담당의사 *의료진은 Bioethical 위원회에 참가할 것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집중치료의학회가 인정한 집중 치료전문 의사’라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러한 규정에 대한 의견을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시한 바 있다. 학회가 제의하는 중환자실 전담의사는 *전문의의 자격을 가지고 중환자의학 수련을 잘 받은 의사 *중환자실 환자를 질적으로 높게 관리-유지하며, 제한된 자원을 활용 *중환자실에 자기 근무시간의 50% 이상의 시간을 할애할 것 등이다.

중환자실 차등등급제, 동기부여 못해
올 7월부터 시행된 중환자실 차등등급제의 경우 의료기관의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는 맹점을 가졌다. 상위등급으로 올리기 위해 소요되는 투자에 비해 수가의 상승분이 적어, 이를 상향조정하려는 병원의 노력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것.

차등등급제 하에서 2등급의 경우 20병상에 32명의 간호사가 근무할 경우, 하루 총입원비는 2,360,000원(20*118,000)이 된다. 이를 1등급으로 상향조정하면 2,540,000원(20*127,000)원으로 187,000원의 한계수입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간호사 8명을 증원해야 하므로 64만원(2003년 간호사 일당 8만원 기준)의 한계비용이 발생하므로 결국 453,000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는 셈이다.

고윤석 중환자의학회 회장은 “의료계에서 수가 인상 부분만 이야기하면서 자체적인 노력을 등한시 한다면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노력을 천명했지만, 이 역시 경영적인 측면에서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동력을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소프트웨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최근 1,120명의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앞서 말한대로 제도개선만을 기다리다가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인식이 출발점이 됐다. 특히 인적자원과 같은 소프트웨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교육-수련의 틀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고윤석 회장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학회는 중환자 치료의 세계적인 흐름을 신속히 반영하고, 진료법 등을 표준화해 환자의 치료성적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개인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 나가면서’ 보다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고, 국가 입장에서는 환자들이 안전하고 수준높은 치료를 받음으로써 국민건강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고 회장은 덧붙였다.

이번 세부전문의 전형에는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외과, 소아과, 결핵과(이상 합격자 순) 등 9개 과의 전문의 1,260명이 지원해 8개과 1,120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88.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