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호사의 유휴인력이 9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의 간호인력 수급 대책이 하나의 제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12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간호사 근무형태 다양화 및 근로환경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유휴간호사 인력의 증가 원인,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일본의 간호협회장 히사쯔네 세츠코가 참석해 일본간협에서 착안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 만들기’에 대해 강연해 눈길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일본 역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라 간호학생의 확보의 곤란과 간병인 등 재택근무 수요자의 증가로 국내 간호인력 부족사태와 비슷한 사례를 경험하고 있다.
즉, 일본 간호사의 대부분은 일하는 엄마로 기혼 간호사의 8할이 자녀가 있으며 현재의 근무환경에서는 가정생활과 일을 양립할 수 없다며 유휴간호사, 혹은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어 국내 간호인력 부족과 매우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신규간호사 11명 중 1명이 배치부서의 전문적 지식·기술 부족, 혹은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 등을 이유로 이직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간호사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부채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는 지난 2008년 2명의 젊은 간호사가 과도한 근무시간을 견디다 못해 과로사하는 일이 발생하게 됐고, 이 는 간호사의 근무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 일본 간호사협회는 간호사 과로사건을 기점으로 ‘간호를 바꾸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히사쯔네 사츠코 회장에 따르면 일본은 우선 유휴간호사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과도한 근무시간 및 초과 근무를, 그리고 야근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근무형태와 단시간 정직원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간호협회에서 고안한 다양한 방법의 근무형태로는 △낮 전담 근무제 △밤 전담근무제 △자기 재령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Flex-time제 △복수 근무자가 한 사람 일을 하는 Work-sharing제 △시작과 끝 시간을 개별적으로 설정하는 시차 출․퇴근제 등이 있다.
히사쯔네 세츠코 회장은 이와 함께 “단시간근무자에게 안정적인 고용과 사회보험 적용, 복리후생․교육 연수 등이 정직과 동일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단시간정직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지난 2007년부터 올 해까지 지속해서 간호사가 병원에서 불편없이 일할 수 있는 힌트를 담은 ‘Shokuba Support Book'을 해마다 15~20만부 제작․배포해 오고 있다.
아울러 지난 6월에는 ‘육아휴업, 개호휴업 등 육아 또는 가족개호를 지지하는 노동자의 복지에 관한 법률 및 고용 보험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3세 미만 아이를 기르는 간호사에게는 1일 6시간의 단시간 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단시간 근무제도의 경우 1회 근무시간이 짧고, 야근이 없어 수입은 줄지만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종래파트타임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풀타임 정규직원의 기본급을 기본으로 근무시간에 비례한 액수를 기본급여로 산정해 기존 정직원의 노동에 따른 정액제를 개선했다.
히사쯔네 세츠코 회장은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고 고백하며 한국의 경우에도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정확히 짚어, 유휴인력의 활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간호 인력 상황이 60% 기혼자 이 중 80%가 자녀 가지고 있을 정도로 비슷한데 이런 분들 일 할 수 있도록 어떤 환경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취업을 희망하는 젋은이들은 실제로 어떻게 일하고, 취업의 근거 기준으로 근무형태, 환경, 보수조건 등 어떤 것을 가장 고려하는지 파악해, 다양한 근무형태의 도입이 필요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