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전문간호사라고 하더라도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해 마취약제와 그 사용량을 결정해 환자에게 시술했다면 이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마취전문간호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업무상 과실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해 의료법 위반판결을 받은 사례에서 특수한 역할을 하는 전문간호사라 하더라도 진료보조 행위를 넘을 수는 없다며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마취전문간호사인 원고는 의사의 구체적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마취약제와 사용량을 결정해 치핵제거수술을 받을 피해자에게 척수마취시술 했다.
또한 집도의를 도와 수술을 돕고 환자의 동태를 확인하며 이상현상을 보일 경우에 대비해 응급조치를 준비해야 하지만 현장을 이탈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원고는 치핵제거 수술을 받던 환자가 하체를 뒤로 빼면서 극도의 흥분상태로 소리를 지르는 등 통증을 호소하고, 출혈을 보였지만 이 후에도 마취전문간호사로서의 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원심은 이를 업무상 과실 및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결 내렸다.
그러자 원고는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해야 하되 , 사고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원심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마취액을 직접 주사하여 척수마취를 시행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서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요하므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이므로 마취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진료 보조 행위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마취전문간호사는 마취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는 간호사인 자격을 인정받은 것뿐이어서 비록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라고 대법원은 판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고의 행위는 구 의료법 제25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앞서 본법리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의료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며 상고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