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의학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서양 의학적 방법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민건강보호 차원에서 매우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중ㆍ장기 수급체계 연구’결과에 의해 제기됐다. 연구보고서는 현재 의료 관련 법규에서 의료 인력간 업무가 규정돼 있으나 업무 규정이 불분명하거나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의료 인력간의 역할 갈등을 초래하고 단체 간에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의료인력간의 기능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의사와 한의사의 역할과 기능이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서양 의학과 한방 의료를 주축으로 하는 전통 의학이 병존하고 있는 제도를 체택하고 있다.
연구진은 “병존하는 제도를 체택하고 있어 전통 의학을 제도적으로 용인하고 있지 않는 국가와는 달리 서양 의학과 전통 의학간의 갈등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현재 서양 의학과 한방 의료의 기능정립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연구진은 “정확한 진단에 의해서만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서양 의학적 방법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건강보호 차원에서 매우 불합리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한의사에게도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검사를 포함한 임상병리검사, 방사선검사 등 모든 서양 의학적 검사 및 진단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치료는 전통적 방법을 의존하도록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한의사들의 진단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오래전부터 서양 의학과의 갈등 원인이 돼왔다. 현재도 이 문제는 끝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보건지도와 한방보건지도의 구분은 의료와 한방보건의료의 구분에 비해 더욱 불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역할을 구분 짓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들은 의사의 입장에서도 한약이나 한방재료를 이용해 건강관리를 하도록 할 수 있고, 한의사도 공중보건학적 방법에 의해 보건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한 이유로 연구진은 의과대학에서 배우는 예방의학이나 공중 보건학의 내용이나 한의과대학에서 배우는 예방의학이나 공중 보건학의 내용이 다를바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궁극적으로는 의사와 한의사의 기능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의료의 일원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와 한의사 모두 동서의학 구분 없이 어떠한 진료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 과오 시에는 징계를 강화하면 될 것이다. 한방 의료를 의료의 전문영역으로 인정해 한의사를 전문의로 전환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연구진들은 의사와 약사간의 역할 모호성도 문제라고 보았다. 의약분업이 시작됐의나 약사의 경우 아직도 환자에 대한 임의조제권이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나 특정 조건하에서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 역시 의약분업 예외지역이나 특수한 조건하에서는 조제권이 인정되고 있어 상호간의 직능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진들은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통해 의약품에 대한 의사의 역할 범위와 진료에 대한 약사의 역할 범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의약분업의 본래 목적에 맞도록 의사는 진료와 처방업무에, 약사는 조제와 투약업무의 전문성을 인정하도록 해 상호 영역침범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