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은 그 입증의 정도가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할 때와 같이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까지 이르지 못해도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다.
이에 따라 관계 당국의 현지조사시 사실확인서만으로도 행정처분의 입증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요양기관의 철저한 대비가 요망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윤구) 법규송무부는 최근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입증의 정도’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을 소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판결의 의미는 행정처분의 경우 형사재판에서 인정하는 유죄와 그 판단의 기준이 다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요양기관 현지조사결과 해당 요양기관이 수진자를 진료한 후 진료기록부에 진료사실을 알 수 있도록 약어로 본인부담금징수금액 등의 표시를 했다.
진료기록부에 약어표기사 되어있지 않거나 방사선촬영대장에 수진자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은 경우에는 수진자가 실제 진료한 사실이 없다거나 방사선 촬영을 실시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사실확인서’가 제출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해당 요양기관에 164일간의 업무정지처분을 내렸고, 요양기관은 자신이 작성한 ‘사실확인서’는 사실과 달리 경솔하게 작성됐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한, 요양기관은 이 사건 관련 형사사건에서 일부분만 허위청구로 기소됐고 재판결과 면소판결을 받았으므로 업무정지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건이다.
이와 관련해 1심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에게 행한 업무정지처분은 공익적 필요성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는 이유로 피고 패소판결했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는 1심법원의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 승소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작성한 사실확인서 내용은 현지조사요원들이 사전에 알았던 내용이 아니다. 그리고 원고는 4일 뒤에 다시 같은 내용의 확인서를 다시 작성했다”면서 “수사과정에서 진료사실이 있었다는 일부 수진자들의 응답이 있었으나 이는 실제 진료시점보다 적어도 1년 반 이상이나 지난 시점으로 응답환자들 모두가 과거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인 점을 고려하면 그 내용에 착오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입증의 정도가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할 때와 같이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까지 이르지 못할 지라도 행정재판에서 처분사유의 적법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입중이 됐다고 볼 수 있다”며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판결과 관련해 심평원 법규송무부는 형사재판은 범죄성립요건의 가장 핵심적 요소에 속하는 고의의 부분을 엄격한 증명의 대상으로 보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여야만 한다.
따라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는 증거법칙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같은 의미에 대해 심평원은 “행정재판의 경우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입증의 정도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할 때와 같이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까지 요구되지 않는다는 취지”라며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입증의 정도에 대해 그 기준을 천명한 중요한 사례의 판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