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더 이상 이윤을 추구하는 맹목적인 집단이 아닌 모든 사랑을 추구해야 한다는 기업가치를 제시한 故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1주기 추모식이 15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녹십자 본사에서 열렸다.
이번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녹십자 임직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으며,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전국의 녹십자 임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보고, 추모영상 시청 등이 진행됐다.
조순태 녹십자 사장은 추모사에서 “이윤에만 연연해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기업가”라며 “항상 강조해오신 ‘R&D는 미래의 매출액이자 GNP’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고 노력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녹십자를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고인의 육성이 담긴 영상 시청, 헌화, 추모석 참배와 함께 홍보전시관 내 마련된 고인의 개인유품과 사진, 친필메모 등의 관람을 통해 고인이 생전 이루고자 했던 가치와 뜻을 기리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개성상인 마지막 세대인 고 허영섭 회장은 개성 출신 기업인들의 가장 큰 특징인 탄탄한 재무구조와 내실을 중시하는 특유의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제약기업 녹십자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분야 등에서 국제적인 생명공학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고인은 녹십자를 혈액분획제제와 백신분야에서 만큼은 세계 10위권 제약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B형 간염백신을 비롯해 유행성출혈열 백신, 수두백신,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치료제 그린진F 개발에 성공해 척박한 국내 바이오 의약품 분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전세계를 공포로 내몰았던 신종플루의 예방백신을 개발하고 적시에 국내 공급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백신 자주권을 확보해 국가 보건안보에 큰 공적을 남겼다.
지난 2004년 독감백신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 외국 자본과 합자형태를 추진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 허 회장은 외국 자본과 함께 시작하면 쉽고 이득도 많이 남겠지만 대한민국 백신주권은 수호하지 못한다며 단호히 거절한바있다.
또 국내 생명공학 연구기반 조성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민간 연구재단인 ‘목암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해 사회에 환원하면서 국내 생명공학 연구기반 조성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했으며,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 등의 사례는 이윤에만 연연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고인의 기업가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경기도 개풍 출생인 고인은 지난 1964년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1968년 독일 아헨 공과대학을 졸업 후 1970년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1년 한양대학교 명예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02년에는 독일 대학이 수여할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칭호라는 ‘명예세너터(Ehren senator)’를 아헨공대 개교이래 외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수여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