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상위제약사와 중소제약사로 양분될 조짐이다.
전임 집행부에 속한 상위제약사들이 제2의 협회(가칭 미래혁신포럼) 설립을 추진하면서 기존 제약협회는 이사장사인 일성신약을 비롯한 중소제약사, 새 협회는 상위제약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전임 집행부와 윤석근 이사장간의 갈등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이대로 각자의 길을 가는 방향으로 굳어진 것과 다르지 않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 대웅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JW중외제약, 명인제약 등 8곳의 CEO들은 5월 R&D중심 협회를 출범키로 합의했다.
신설협회 출범은 혁신형제약기업 선정 등에 발 맞춰 글로벌시장 진출을 향한 발전적 협의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8곳에 포함된 한 제약사 CEO는 “새 협회 출범은 좀 더 건설적인 일을 도모하기 위해 R&D중심으로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모여 진행됐다”며 “R&D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기존 협회와는 차별화 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능력이 가입조건이라는 점에서 상위사들은 대부분 회원사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상위사들의 기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제약협회를 두고 이들이 굳이 신설협회를 출범하는 실질적인 배경은 이사장 선출결과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간 전임 부이사장단과 윤 이사장이 제대로 된 만남조차 한번 가지지 못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윤 이사장은 “3월 초부터 협회설립 얘기가 오갔다는데 그런줄도 모르고 지금까지 (갈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분들이 원하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만나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제약협회는 상위사들이 회원사로 이름만 유지한 채 중소제약사 위주의 운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한 제약사 임원은 “직간접적으로 윤석근 이사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해서 있어왔다.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면서 결국 업계가 분열되는 상황까지 가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제약협회는 오늘(5일)까지 이사회에서 부이사장단으로 추대된 19곳 회사로부터 승낙여부에 대한 통보를 요청했다.
새 협회 출범을 준비 중인 8곳의 회사는 이를 거부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임 집행부 구성이 제약업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곳의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는 전임 집행부인 경동제약, 보령제약, 유나이티드제약을 포함해 새로 추대된 진양제약, 동화약품, 대원제약, 한독약품, 안국약품, 휴온스, 일동제약, CJ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