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부터 시행되는 응급의료법 시행은 복지부의 졸속 시행으로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가 지난 29일 재출범한 ‘병의협’에서 튀어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30일 대한병원의사협의협(회장 정영기, 이하 ‘병의협’)은 응급의료법 시행과 관련 성명서를 내고 “응급의료에 관한 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일선에서 환자 진료에 매진하는 병원의사들에게 심각한 우려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겉으로는 응급실 진료의 수준을 올리겠다는 것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응급환자를 사지에 내몰며 해당 병원의 통상적인 외래, 입원진료, 수술, 시술행위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시켜 결국 환자의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법령”이라고 규탄했다.
협의회는 우선 현 법안의 심각한 비현실성 및 환자진료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요소로 △온콜(on call) 당직 개념의 비현실성 △일상적 환자진료 업무도 과중한 의사에게 응급실 진료 병행 강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이유로 첫째, 궁색한 온콜 당직 개념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못박고 있다. 정말 응급환자라면 1시간 이내 도착이라는 말은 있을 수도 없거니와 해당 전문의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1시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거주해야만 하는 거주의 자유마저도 제한하겠다는 발상을 담고 있다는 것. 즉 ‘온콜 당직’은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힌 편법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응급진료에 필요한 모든 진료과의 전문의를 확보하지 않고, 일상적인 환자 진료업무도 과중한 의사에게 일과 중에는 응급실 진료를 병행하게 하고 일과후에는 야간 응급실 진료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도저히 인간의 체력과 집중력으로는 불가능한 근무조건을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측은 이러한 발상은 의사를 일하는 기계로 밖에 보지 않는 지극히 비인간적인 것으로 의사의 최선의 환자진료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이에 따라 졸속 법안을 강행하는 보건복지부와 대책도 없이 응급실 환자 증대를 통한 병원 수익 극대화에만 골몰하고 있는 일부 병원 경영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고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응급환자 진료에 개별 진료과의 당직 전문의(온콜당직 포함) 진료제도를 반드시 강행하겠다고 한다면, 상식적 근로기준법에 따라 24시간 근무 후에는 최소 48시간 이상 휴무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 아울러 임금 역시 상식적 근로기준법에 의해 지급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정부의 예산 혹은 기금에서 별도의 응급실 전담 세부 전문의를 충원하여 각 응급실에 배치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세계 최초의 유례없는 졸속 제도를 추진해 혼란을 일으킨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을 엄중히 문책할 것을 요구하며 또한 보건복지부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이익단체들에도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병의협은 “이상의 당연한 진료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채, 8월 5일부터 시행하면 응급실은 혼란에 빠져 응급환자의 처치에 대한 책임소재로 여러 진료과 간에 갈등이 조장될 것”이라며 “밤새 응급실 환자 진료로 인한 누적되는 피로에 의해 통상 진료/수술의 질저하 피해가 고스란히 병원의 모든 환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경고 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국민 건강에 책임 있는 정부와 정치권은 병원의사들의 응급환자 및 정규 진료/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적합하고 안전한 진료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 주장을 더 이상 묵살하지 말라”며 “전문가의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졸속 악법으로 인한 국민/환자의 피해가 더 이상 커지도록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