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곤 회장 퇴진하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한의사들이 대한한의사협회 건물을 점거하고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첩약의료보험시범사업에 한조시약사, 한약사 참여로 촉발된 한의계 회원들의 폭발이 급기야는 전국 한의사 총회를 개최해 한의협 김정곤 회장의 퇴진까지 요구하게 된 것.
문제의 촉발은 지난 10월 25일 건정심에서 결정된 첩약보험시범사업에 한조시약사와 한약사가 포함됐는데 이에 김정곤 회장이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총회에서 한의사들은 “한의계 대표자로서의 권한을 상실했다”며 복지부에는 “한조시약사 및 한약사가 포함된 첩약의보 시범실시를 점면 폐기하고 담당자를 즉시 처벌하라”고 밝혔다.
또 선언문을 통해 ▲김정곤 회장 및 중앙이사회 전원 사퇴 ▲전국 시도지부장 전원 사퇴 ▲대의원회 전원 사퇴 ▲한의협 정관 전면 개정 ▲한의협 회장에 대한 직선제 실시 등을 촉구했다.
이날 농성을 주도한 전국의 한의사들로 이루어진 한의사평회원협의회 국승표 회장은 현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정곤 회장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지만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불명예 사퇴시키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한의사들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법상 처방을 하려면 당연히 진단이 필요한데 진단은 의사와 치과의사, 그리고 한의사만이 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조시약사와 한약사들에게 사실상 진단이나 다름없는 첩약을 허용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며 회원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생계까지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영의 뜻을 나타낸 김정곤 회장의 발언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건정심의 결정에 따라 2000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은 것을 업적으로 삼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김정곤 회장의 부적절한 처사를 계기로 그간 김 회장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횡령과 배임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진상을 밝혀낼 것이며 첩약뿐만 아니라 천연물신약 등 한의계를 옥죄는 현안들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곤 회장의 수사를 맡고 있지만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강남경찰서에 오늘 집회가 끝나고 평의원들이 찾아가 적극적 수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한의사평의회는 더 나아가 오늘 총회를 구심점으로 “그동안 간선제로 협회장을 뽑는 등 전 근대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어온 한의협의 회무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한편 이날 총회현장에서는 현 대한한의사협회 집행부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가 진행됐다. 한의협 평의원회 관계자는 “투표결과 90%를 훌쩍 넘는 압도적 비율로 김정곤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사퇴가 결정됐고 회장투표를 현행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변경하기로 정관이 개정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