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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원천징수 ‘적법’

행정법원, 포괄위임 조항은 위헌법률심판 제청

의료기관에 손해배상대불금을 원천징수토록 한 의료분쟁조정법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이에 대한 세부규정을 시행령에 포괄위임 한데 대해서는 위헌여부를 가리게 됐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지난 1월말 헌법재판소로부터 2013헌가4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 등 위헌제청 사건의 위헌법률심판제청 통지를 받았다.

이 통지는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가 병원 운영자 30명이 낸 손해배상금 대불시행 및 운영방안 공고처분 취소소송(2012구합20304)에 대해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 후단 부분의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청하고, 신청인들의 나머지 신청은 모두 기각한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법률 해당 조항인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은 손해배상금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이하 “개설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그 금액,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가 결정한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문에 따르면 대불비용 부담자 조항이 평등원칙과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며, 원천징수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개설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대불비용 부담자 조항은 개설자의 재정적 부담을 경감해 주고 피해자에게 신속한 손해배상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개설자는 잠재적 손해배상책임자이고 환자는 잠재적 손해배상채권자이므로 그 본질을 달리하며 양자 간에 차별취급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모든 개설자에게 대불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개설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의료사고 발생과 경제사정 악화의 위험부담에 대비하기 위해 공동의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최소 침해의 원칙에 반하거나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특히 요양급여비용에서 대불비용을 원천징수하는 것은 대불비용의 확실한 확보를 위한 적절한 수단이고, 대불비용을 확보하고 징수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얻어지는 공익이 대불비용 원천징수조항으로 제한되는 개설자의 요양급여청구권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결정했다.

다만 대불비용 부과는 개설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행정작용으로 볼 수 있고 대불비용의 부담액, 부담자의 범위, 징수 절차는 대불비용 부과 및 징수의 본질적 요소임에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대불비용 부담액이 개설자의 재산권 실현과 관련된 영역으로 국회 스스로 결정해야 하거나, 이를 법률로써 규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 적어도 상한선만이라도 정하고서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분쟁조정원 “대불제도가 위헌 아닌 입법 형식의 문제일 뿐”

법원의 결정에 대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추호경) 관계자는 “행정법원의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 특히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본질적으로는 위헌적인 제도가 아니라 다만 입법 형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며 “이번 행정소송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의료사고 피해자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기관에도 분명 많은 도움이 되는 제도라는 점이 제대로 홍보되지 못해 발생된 것 같아 오히려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법원 결정문에 대하여 2월 중으로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아울러 대불비용 부담자조항 등에 대해서는 법원이 제시한 방향을 토대로 정부와 함께 대불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병원 운영자 30명은 지난해 6월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대불 시행 및 운영방안 공고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이와 함께 공고처분의 근거규정인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과 제4항에의 위헌 여부를 밝히기 위해 행정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줄 것을 신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