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전국간호사모임(이하 건수간)이 보건복지부의 간호인력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18일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집결한 간호사 및 간호대생 4000여명이 참가했다.
건수간은 현 대한간호협회 집행부와 간호인력개편안과 관련, 의견차로 인한 대립각을 세우며 공동대표 5인(김소선 세브란스병원 간호부원장, 김선아 현세대 간호대학 학장, 송경자 서울대병원 간호본부장, 박현애 서울대 간호대학 학장, 성영희 대한간호정우회 회장)이 주축이 돼 결성된 단체이다.
간협이 복지부가 제안한 간호인력의 경력상승체계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고 이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밝히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간호인력개편안은 기존 간호조무사 제도를 폐지하고 간호사 및 간호사 보조인력을 3단계로 (4년제 간호대학을 졸업한 간호사, 2년제 대학을 졸업한 1급실무간호인력, 고졸 이상의 학력으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2급간호실무인력) 구분해 인력 간 경력 상승을 가능케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건수간은 이날 행사에서 간호인력개편안에 대해 “중소병원 간호사를 간호보조인력으로 대체시켜 병원간, 지역간 의료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이 안을 철회시켜 국민건강권을 수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건수간은 지난 3월 22일, 서울대 간호과학연구소, 연세대 간호정책연구소, 고려대 간호학연구소의 공동개최로 간호인력개편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개편안이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위험한 정책이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8일에도 소비자 단체와 시민단체 관계자를 초청해 뜻을 같이하고, 5월 14일에는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고득영 과장을 만나 개편안에 대한 건수간의 반대 입장을 전달했으며 그 동안 받은 4만4347명의 반대 서명서를 전달했다. 현재는 7만이 넘는 반대서명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건수간은 지난 2011년, 간호대학의 학제를 4년제로 일원화해 오는 2015년까지 전국의 모든 간호대학을 4년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을 상기시켰다.
간호사 교육과 인력확보수준은 환자안전과 직결돼있다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 복지부도 “학제 일원화로 더욱 수준 높은 대국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며 해외취업 시 전문학사학위로 인한 불이익을 없앤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건수간은 “학제 일원화가 정착되기도 전에 2년제 학제 도입은 간호인력에 대한 일관성 없는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충분한 간호사 인력을 확보하기 힘든 중소병원계는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간호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인력개편안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건수간은 지방중소병원들의 간호사 충원이 힘든 이유는 간호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간호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때문이라며 보건복지부의 간호인력개편안이 병원경영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며 국민건강은 도외시한 결정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현재 전국의 병원 중 의료법상 간호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병원이 86%로 추산된다.
법정 간호사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3교대와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간호사의 건강과 사기가 저하돼 간호사 공급에 비해 활동 간호사가 매우 부족한 상태인데도 정부의 적절한 대응책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또 간호서비스의 질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에 비해 간호사의 충분한 고용이 뒷받침되지 않아 간호서비스의 질 하락,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간호계 고용 문제에 대해 간협과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간호교육의 성과가 높아지고 간호서비스 수준이 전문화된 것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변화가 수반돼야 하는데 정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간호학과의 장점으로 거론되며 대학입학점수 상승원인으로 작용했던 높은 취업률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건수간에 따르면 복지부의 간호대학의 입학정원 확대로 오는 2015년부터 매년 2만 5천명의 간호사가 대량 배출된다. 취업률에 있어서도 현재 간호사는 31만 이지만 지난 2000년 46.7%에서 2011년 42%로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취업률이 50% 미만인 상황에서 단기간에 간호학과 졸업생이 2배로 증가했는데 여기에 2년제까지 추가되면 간호인력 시장을 붕괴상태로 접어들고 임금 역시 한계선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수간은 “2015년 이후 간호학과 졸업생이 취업대란을 겪으면서 병원의 간호사 고용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2018년 이후 2년제 입학이 허용되면 2020년부터는 간호인력의 공급이 포화상태를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복지부에서 간호인력개편안을 발표하기까지 충분한 공론화 과정조차 거치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건수간에 따르면 “간호인력개편안은 간호교육체계와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 국민적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간호교육의 주체인 간호대학과 간호사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공청회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지적이다.
건수간은 복지부에 대해 “간호인력개편안을 철회하고 국민건강권 측면에서 간호인력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전 국민과 함께 서명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건수간은 간호인력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이번 촛불문화제 개최에 간호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줄 것을 3개월에 걸쳐 공식적으로 제안했지만 간협이 이를 끝내 거부해 독자적으로 나서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간협이 움직이지 않으면 오늘 문화제를 고비로 간협과 행보를 같이하자는 제안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건수간이 밝힌 보건복지부 간호인력 철회 결의문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