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심평원의 위탁수행 이후 계속되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삭감에 집단소송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영상의학과개원의협의회 안창수 회장(연세방사선과 원장)은 27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17회 추계 연수교육 및 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뜻을 내비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청구를 투명화한다는 목적에 따라 그동안 자동차보험 분쟁위에서 다루던 자동차보험에 대한 진료비 심사업무를 지난 7월 1일부터 위탁․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위탁․시행 이후 그동안 자보 분쟁위에서는 별 문제없이 인정돼왔던 CT나 MRI 등 정밀검사에 대한 삭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의사들의 불만이 커졌다.
특히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교통사고로 외상을 입은 환자의 임상 진료과 주치의로부터 CT나 MRI 등 정밀검사를 의뢰받아 소견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이때 검사결과가 정상으로 나올 경우, 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심평원이 진료비를 삭감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더 큰 실정이다.
그동안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억울한 삭감에 불복소송을 제기하고 싶어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송비용이 문제였다. 삭감이 되면 건당 4~5만원의 손해가 발생하는데, 소송비용은 무려 약 500만원에서 천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하나로 뭉쳐 집단소송을 제기해 억울한 삭감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안창수 영상의학과개원의협의회 회장(사진)은 심평원의 위탁수행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진료과가 영상의학과라며 심평원 자보 심사는 무엇보다 정확한 심사기준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상과의 의뢰로 영상의학과에서 진행된 정밀검사를 자동차보험에 청구하면 삭감돼버리고 마는데, 영상의학과 입장에서 임상과를 믿고 진행한 검사결과로 인한 부담을 지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다”고 말했다.
안창수 회장은 영상의학과의 정밀검사에서 정상 판정이 유독 많은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의 진료행태가 이성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사고 환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상태가 괜찮은지 정밀검사를 통해 정확히 확인받으려 하는 성향이 강하다보니 영상의학과에 검사의뢰가 지나치게 많아진다는 것이다.
의학적 특성상 교통사고 초기진단 때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이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특수영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심평원은 이때 정상판정이 나오면 대부분 삭감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안창수 회장은 “그렇다고 원래 의료기관에 대신 검사료를 달라고 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며 “자보심사가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상의학과 개원의 중 일부는 자동차보험 진료를 해봤자 삭감으로 손해 볼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임의로 자동차보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 임의탈퇴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용진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관은 자동차보험 지정기관으로 의무 지정되기 때문에 임의로 지정을 반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영상의학과개원의협의회는 이번 집단소송이 현재 시점에서 가장 부담을 덜 들이이면서도 부당한 삭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용진 변호사는 “현재 자동차수가 삭감에 명확한 기준이 없고 법적으로 명확한 삭감의 근거가 없어 승소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통상 소액다수 집단소송의 경우 피해자는 소송비를 지급하지 않고 승소할 경우에만 약 20%의 승소비를 지불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창석 영상의학과개원의협의회 총무이사 역시 “진료수가인정제의 항목과 무관한 심평원의 삭감은 위법”이라며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삭감에 대한 이의신청을 간단한 문장으로 된 신청서로 가능하다는 것을 숙지하고, 삭감이 없는 자보 진료비 청구요령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며 부당한 삭감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워낙 적어 삭감의 부당성을 알리기가 쉽지 않다”며 “부당한 현실을 하루 빨리 개선해 개원 영상의학과를 활성화시켜야 일차의료 발전과 올바른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함께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CT, MRI 검사결과가 정상소견이라는 이유로 진료비를 삭감당한 한 영상의학과 의사와 자동차보험사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에 영상의학계가 회원들의 탄원서 제출을 독려하는 등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영상의학회(회장 임태환)는 “의료기관과 교통사고 환자와의 다툼의 근원은 전문가의 의견이 배제된 보험사의 악의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교통사고환자가 자신의 주치의가 작성한 소견서를 가지고 방문해 검사한 진료비를 삭감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라고 밝혔다.
또 “보험사를 대신해 교통사고 피해자의 손해를 영상의학과에서 떠안는 관행은 고쳐져야 하며 이를 통해 의료행위가 위축되지 않고 의료업에 마음 놓고 정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