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수가협상이 본격화된 가운데 최근 3년 동안 계속된 건강보험 당기흑자가 수가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 각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은 오는 15일까지 상견례를 마치고 16일에는 김종대 이사장과 각 단체장이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각 의약단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과 6조원이라는 건강보험 최대흑자가 맞물려 수가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공단은 이번 건보재정흑자를 수가인상에 반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수가협상에서도 보험자와 공급자단체 간 물고 물리는 팽팽한 싸움이 재연될 전망이다.
공단 측 수가협상단장인 이상인 급여상임이사는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공급자단체의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가 저수가라는 주장은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말해 공급자와 완전히 배치되는 시각을 나타냈다.
건보공단은 또 지난 2월 ‘건강보험 재정흑자,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 “지난 건보재정 파탄경험을 되새겨 건보재정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건강보험 최대흑자는 수가인상이 아닌 법정준비금으로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건보공단의 시각에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공단의 입장은 자신들의 전산망 구축과 원주 신청사 신축·이전에는 수천억의 건보재정을 투입하면서 정작 수가인상에는 건강보험 흑자분을 단 한 푼도 쓸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과연 우선순위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마저 건강보험 저수가를 인정하고 보건사회연구원에서도 망하는 일차의료기관이 많다는 통계를 밝힌 마당에 건보공단이 어떤 근거로 건강보험 수가가 저수가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도 건보공단이 지나치게 의료기관의 인내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건보재정 최대 흑자분의 사용도 사용이지만 지나치게 건보재정 편성을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본적으로 매년 건보재정 증가분에 진료비 상승폭을 타이트하게 맞추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항상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이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급자단체의 우려와 달리 건보공단은 이번 수가협상에서 건강보험 당기흑자를 수가인상분에 반영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건보공단 측 관계자는 “건보재정 상황은 언제나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흑자가 났다고 섣불리 수가에 연동시킬 수는 없다”고 못 막았다.
또한 공급자단체의 건강보험 저수가 주장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의료기관의 어려움이 저수가 때문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의료기관이 어려운 게 아니라 많은 돈을 버는 의료기관도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구분한 다음에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사상 최대흑자에 대한 보험자와 공급자의 시각이 이처럼 엇갈려 이러한 견해차가 올해 수가협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