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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결과·환자 중심 ‘가치기반 의료’, 의료비 폭증 멈출 플랜 B”

제4차 의료현안 연속토론회, ‘가치기반 의료, 왜 중요한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국내 일차의료 시범사업, 심평원 시범사업 등으로 실증 중… 해외도 ‘혼합형 지불제’ 변화 추세

아직 시범사업 시작 단계이지만, 건강보험 지불제도에서 현재 ‘행위별 수가제’의 대안인 ‘가치기반 의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회 신현영, 조명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제4차 의료현안 연속토론회 ‘가치기반 의료 왜 중요한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7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서비스당 일정 가격을 매겨 보상하는 방식이다. 각 의료서비스에 책정된 가격에 따라 과소진료 또는 과잉진료로 과목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정부가 의료서비스 단가(수가)를 낮추면 의료공급자는 의료서비스의 양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 총액을 보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가치기반 의료’다.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는 “현재 의료가 행위기반 의료라면, 가치기반 의료는 결과 중심 의료로서 환자의 결과를 갖고 지불 보상을 하는 것이며 환자중심의료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영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가치기반 의료는 여러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환자의 건강지표가 좋아질수록 재정적으로 공동의 인센티브를 갖는 점에서, 여러 보건의료 직역들의 협력과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축사에서 “가치기반 의료는 다양한 의료욕구에 대응하면서도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혁신적 아이디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미래를 위한 ‘가치 기반 의료’ 실현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보건의료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총 3개의 발제가 진행됐다.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가 ‘가치기반의료 로드맵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가치기반 의료의 전반적인 개념을 제시하고, 건보공단 일산병원 박성배 일차의료개발센터 교수와 심평원 박춘선 의료체계개선실장이 각각 시행중인 시범사업을 통한 ‘가치기반 의료’의 적용 내용을 공유했다.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가치기반 의료를 가리켜, 증가하는 의료비 지출을 막을 수 있는 ‘플랜 B’라고 소개했다. 오주환 교수는 “행위별수가제라는 오래된 지불보상방식을 지속한 결과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났고, 보험료 인상으로 해결을 반복해야 할 뿐 아니라 환자의 의사에 대한 신뢰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주환 교수는 연세대 정경선 교수의 발표를 인용해 “현재 연간 증가추세라면 2030년에는 우리나라의 경상의료비가 GDP의 16%로, 현재 건강보험료 수준의 1.6배로 변화할 것”이라며, “반면 미국은 가치기반의료 시범사업을 적용한 이후 경상의료비 수준을 큰 변화없이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주환 교수는 “미국 가치기반의료 시범사업 참여 그룹의 의료비 지출은 감소하면서도 환자의 건강 지수는 유지됐다. 참여율도 지속 상승했는데, 보험자는 의료공급자가 지출을 아껴서 얻은 이익을 대부분 혹은 상당 부분 의료공급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로 선순환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오주환 교수는 “의사(의료기관)는 행위별 수가제 방식으로 지불받았을 때보다 제공한 행위량은 줄였음에도 더 많은 지불을 받을 수 있고, 환자도 자신이 등록한 의료기관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등록기관 외 다른 기관에도 자유롭게 갈 수 있다. 결국 전체 비용을 늘리지 않더라도 수입을 늘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교수는 “지금은 10%에 가까운 GDP 대비 경상의료비를 현재 시점에서 고정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가치기반의료 시스템은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존재할 수 있다. 의사들이 새로운 혁신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일산병원 박성배 교수는 ‘가치기반 의료와 환자중심 일차의료’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가치기반 의료의 다양한 구현 방법 중 바텀-업 방식의 예시를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본인이 맡고 있는 ‘일차의료개발센터 시범사업’의 내용을 소개했다.

박성배 교수는 “해외 연구팀이 나라별 일차의료의 질을 1점을 평균으로 점수를 매긴 표에서 우리나라는 0.3점으로 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주목할 점은 평균보다 점수가 높은 곳은 혼합형 지불제를 사용하고, 낮은 곳은 FFS, 행위별 수가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일산병원의 일차의료개발센터는 ‘지역기반 환자중심 일차의료’를 실증한다. 등록제와 팀기반 관리로 새로운 개원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며, 핵심은 가치기반 의료를 실현할 ‘혼합형 지불제’이다. 환자 수에 따른 월관리료에 기존 행위별 수가제가 더해지는 방식이다.

박성배 교수는 “기존 일차의료 강화 시범사업과는 질환 관리가 아닌 전인적 환자 관리, 행위별 수가제가 아닌 혼합형 지불제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105명의 인원이 등록했으며, 다양한 직역이 포함돼 있다. 질 높고 효율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환자중심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체계개선실 박춘선 실장도 ‘가치기반 의료를 위한 실천적 접근’ 발제에서 종합병원 이상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가치기반 의료’ 사업을 소개했다. 현재 건정심을 통과한 3가지 사업인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응급심뇌혈관 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 ▲어린이병원 사후보상 시범사업의 내용을 간략하게 밝혔다.

박춘선 실장은 “현재 지불제도는 측정되지 않는 행위는 보상하지 않고 있어, 의료 질 향상을 위한 대안적 지불제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대안적 지불제도의 필요 이유가 되는 ▲진료량 중심의 변화, 전달체계 왜곡, 의료자원과 의료 질 격차, 국민의 요구 등을 고려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측정되지 않는 행위의 예로는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에서의 환자 이송 전 사전고지, 경로설정, 치료팀 준비 등의 과정이 있다. 이에 반은 사전 보상, 반은 성과 연계 사후 보상을 하는 시범사업이 진행중이다. 어린이병원의 경우에는 ‘서울대어린이병원도 개원 후 30년째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려, 의료기관이 제출한 회계, 원가자료를 기반으로 발생 적자의 60~80% 수준을 보상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춘선 실장은 “성과보상을 과감하게 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이 역시 기존 심평원 질 평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수 있을 정도로 쉽진 않다. 지불제도 다변화의 전체적 방향에 대한 논의와 함께, 다양한 모형의 현장 적용과 사업효과 평가에 따른 유연한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 전체 진료비 보상 중 질 평가 보상을 10%까지 늘려보겠다”고 말했다.


발제 후 토론에서는 ‘가치 기반 의료’의 실현에 앞서 고려해야 할 것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가치 기반 의료’의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의료 질 개선과 적절한 보상에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무작정 낙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직장인들에게 상승하는 건강보험료가 우려가 되고 있는데, 지불제도를 바꾼다는 것이 굉장한 우려를 가져올 수 있다. 환자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 선에서 지불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의료질 상승에 있어서도 환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하며, 시범사업 진행 중 발생하는 직역 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가치기반의료가 의사들의 참여와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설득적인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과거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일방적으로 정책이 진행된 부분도 있었고, 의사 입장에서 실손보험에서 얻는 이득이 크면 가치기반의료로 올 이유가 없을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들과 실증적인 문제를 잘 고려해서 제도적인 문제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의대 임종한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 변화에 있어 분수령이 될 것 같다. 89년도에 행위별 수가제가 급성질환 중심 고착화된 것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고, 파행적으로 붕괴될 조짐이 있다. 30년만에 처음 변화를 이루는 과정인데 면밀하게 논의되지 않는 시범사업 방식으로는 공급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일차의료의 혁신적인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 협력하는 부분에 있어 교육훈련을 뒷받침해야 한다. 지역공동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 참여를 늘리고 시민의식을 고양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한국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변화라고 생각하며,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강준 의료보장혁신과장은 “가치기반 의료 혁신 방안 자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10년 전에는 많은 대안 중 하나였다면 지금은 지체된 의료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시점에서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 가치기반 의료는 우리 생태계를 바꾸지 않으면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불제도 시범사업은 이행도 중요하지만 근거를 마련해서 제도에 반영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하반기에 세우게 되는데, 기존 시범사업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세심하게 챙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모인 발제자와 패널 모두 ‘가치기반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는 동의했으며, 이를 위한 지역사회 중심 커뮤니티케어 사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신현영 의원은 토론회를 마치며 “그동안 행위별 수가제에 대한 염증, 한계가 있었다.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혁을 위한 소통의 장이 더 필요하다. 여기에 젊은 의사들의 참여를 통해 더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국회에서도 보건의료의 새로운 시도들이 현장에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현영 의원은 “2주 뒤 마지막 의료현안 연속토론회는 그간의 담론을 가지고 종합토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5차 의료현안 연속토론회는 7월 19일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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