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이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죠? 실상은 월급날만 되면 대표원장과 병원장, 의료재단의 이사장들은 밤에 잠을 못자요”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관련해 새로운 정책 등이 추진되거나 정책 개선방향 등이 발표·추진될 때마다 만나는 병·의원의 병원장들마다 하는 말이다.
특히, 학회나 의사회 등 의료계 관련 협·단체들을 만날 때마다 이야기는 기·승·전 이후 ‘수가’에 대한 이야기로,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병·의원을 갈 때마다 환자가 붐비고, 연봉도 1억원이 넘어가는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왜 병·의원을 경영하고 있는 의사들이 수가를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비싸기만 한 ‘비급여’ 진료 등을 고려하면 의사들의 욕심이 너무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병·의원을 경영하는 의사들을 만날수록, 의사들의 경영·개원을 위해 마련된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드나들수록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은 물론, 왜 의사들이 본인이 배운 필수의료 관련 진료과목의 의원을 선택하지 않고, 미용·통증 분야로 자꾸 빠져나가려고 했던 것인지를 지금은 머리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연봉이 1억원이 넘어가게 되면 세금으로 40%를 징수한다? 본 기자가 의사라고 가정한다면 40%를 징수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일반인에 비하면 많은 돈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가 원래 벌 수 있었던 연봉의 절반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의욕이 사라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수가를 받아봤자 진료·수술에 소모되는 재료비의 원가를 모두 보존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기껏 차린 병·의원이 망하지 않으려면 비급여를 통해 손해를 보충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 같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병·의원 경영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인력들에게 줘야 하는 최저시급이 포함된 월급은 계속 오르고 있고, 물가도 같이 치솟고 있는데, 정작 병·의원 수입에 절대적인 수가 인상 폭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만약 병·의원을 찾아오는 환자 수에 변함이 없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개원했을 때보다 실수령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인데, 과연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를 벗어나려면 결국 ‘비급여’에 집착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정부에서 ‘비급여 보고’ 추진을 통해 비급여 가격마저도 통제하려 하는 상황을 과연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어도 가슴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심지어 의대를 졸업할 때까지 들어간 막대한 등록금을 비롯해 병·의원 개원에 들어간 많은 자금과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 대출에 따른 은행 이자 등등을 고려한다면 과연 파산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거기다가 내가 배우고 공부한대로, 실습하면서 쌓은 경험에 근거해 치료했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하거나 진료 결과가 환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들어온 소송에서 만약 패소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재수가 없어서 환자가 흉기를 들고 찾아오는 일이 발생하거나 악의가 가득한 민원 및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막무가내를 견뎌야 하는 일이 펼쳐진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떠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본 기자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계속 내가 의료계에 종사하고 싶으면서도 최대한 편하고 돈을 많이 벌려면 하루라도 빠르게 다른 사람들처럼 가장 근무여건이 좋아보이는 진료과목으로 변경하지 않을까는 생각이 든다.
본 기자는 역지사지로 의사의 입장이 된다면 본인도 다른 의사들과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너무 우리나라가 의사들을 차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한 번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전히 가급적이면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받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최소한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의사들에게 규제만 하지 말고, 몫을 챙겨줘야 하며, 최소한 의사 본인이 욕심에 방만하게 운영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면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현상유지는 가능한 수준으로 수가 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최소한 의사가 스스로 배운대로 치료하고,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신껏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끝으로 그동안 우리나라는 사실상 의사들을 통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필수의료가 해결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제라도 의사들을 달랠 방안도 필요한 때로 보임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