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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별도 신의료기술 평가트랙, 산업계 이해관계 반영된 것?

어떻게든 시장에 진입시키기 위해 만든 트랙…필요성 못 느껴

"의료기술이 복잡해지면서 평가 기준을 높여야 하는데 오히려 별도 신의료기술 평가트랙을 도입한다고 한다. 이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가 4일 오후 2시 포스트 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정부가 사전 허용 · 사후 규제의 탈규제 정책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그 영역 아래 보건의료도 타깃이 됐다."면서, "경제 성장에 있어서는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이 중요한 투입 요소이다. 그런데 현존하는 혁신성장에 대한 아이템이 현재 전무하다. 여기에 고용지표까지 악화되니 조급증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등장한 게 예산이 안 드는 규제 완화이다."라고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의 등장 배경을 설명했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연구단계 기술을 혁신 첨단으로 포장한 것이 정부 기조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의료기술이 복잡해지면서 평가 기준을 높여야 하는데 보완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별도 신의료기술 평가트랙을 도입한다고 한다. 별도 평가 트랙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필요할 것 같지 않다. 현 신의료기술평가 트랙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건 어떻게든 시장에 진입시키기 위해 만든 트랙이다. 보건의료평가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게 아니라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별도 평가 트랙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현 신의료기술평가 운영 방식대로 가고, 신의료기술평가 전체 위원회 안에서 가치평가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재평가 관련해서 아무런 얘기가 없다.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3~5년간 근거를 창출하겠다고 했는데, 이거 다 국민 돈으로 하는 거다. 이렇게 되면 재정 · 건강상 리스크를 국민이 전부 끌어안는다."라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박성호 교수는 "산업계에서는 혁신형 신의료기술을 개발했어도 환자 치료에 사용되기 어렵다고 한다. 반면 외국에서는 시장 진입이 쉽게 진행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주장은 잘못 해석되어 나온 부분이 많다."면서,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네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미국에도 FDA, AHRQ, CMS로 존재하는데 미국에서도 AHRQ · CMS 통과 시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가상 대장내시경은 2000년 초 · 중반에 FDA 허가를 받았으나 15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급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 이후 시장 진출까지 520일이 소요되는데, 산업계가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무려 520일을 기다려도 환자에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반면 미국은 FDA 통과 시 판매할 수 있다."면서, "식약처 · 심평원 · 네카 평가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건 잘 맞지 않는 성격의 평가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측면이 있다. 물론 원스톱으로 하면 빠른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결국은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 산업계가 원하는 건 통과인데, 네카 · 심평원 평가를 통과하게 되면 해당 기기를 의료기관에서 사용 시 보상을 생각하게 된다. 만일 건강보험에서 나가면 급여가 되고, 환자가 직접 내면 비급여가 될 텐데 바로 이 부분이 문제가 된다."라고 했다.

건강보험과 같은 세금은 근거가 확실히 갖춰졌을 때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환자의 건강권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건강보험 재원을 산업계 진흥 차원에서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목적이라면 의료기기 산업 진흥을 위한 기금을 따로 마련하는 게 타당하다. 현재 논의가 향후 급여 · 비급여로 나오는 부분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선진국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가는 형태가 합리적이며 ▲신의료기술 중 어느 것을 첨단혁신으로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임상시험 단계의 기술일지라도 혁신형 의료기기로 판정 나는 경우 유연성을 적용하여 환자에게 쓰게 하면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근거가 충분히 쌓이는 과정에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면 그 다음에 신의료기술로 가면 된다."면서, "현 문제는 신의료기술 평가 탈락 시 다시 신의료기술로 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경우 새로운 기술임에도 기존 기술로 가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실제 미국 · 유럽에서는 신의료기술은 아니지만, 환자에게 못 쓰게 막혀있는 것을 쓸 수 있게 하고, 잘 감시하여 근거 기반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의료기술을 사용하는 궁극적 소비자는 의료인 · 환자이다. 어떤 상품 · 기술이든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술은 자연스럽게 퇴출당한다. 소비자에게 좋은 기술은 굳이 업체가 요청하지 않아도 소비자 스스로 급여해달라고 요청한다. CMS 평가도 그런 식의 요구를 받아서 근거를 축적해 급여화할 것인지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신의료기술로 들어오는 것을 일단 환자에게 다 써보고 그 중에서 괜찮은 것을 나중에 급여화하는 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신의료기술 중 어떤 것을 첨단혁신으로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 부분을 간과하면 결국 모든 신의료기술로 들어오는 것은 일단 환자에게 다 써보고 그 중에서 괜찮은 것을 나중에 급여화하는 식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현재처럼 모니터링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환자에게 위해가 많이 갈 수 있다."라고 했다.

신의료기술은 기술 관점이 아닌 의료 기술 관점에서 새롭기 때문에 신의료기술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의료 관점에서 새로운 기술은 기술 자체가 혁신이 아니어도 된다. 대표적 사례가 AI · 딥러닝이다. 이들은 기존기술에 가깝고, 의료 관점에서 신의료기술이 아니다."라면서, "의료 관점에서 볼 때 혁신형 첨단기술에 그러한 면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산업계 · 평가자가 이해한다면, 처음 기대에 못 미치는 다른 결과가 나와서 낭패를 보게 되는 부분이 현재보다는 문제가 덜 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이상수 상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를 방문하여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한 이후 시민단체가 낸 성명서를 봤다. 업계 입장에서는 안타깝다. 우리는 식약처 허가를 건너뛰고 시장에 진입하려는 게 아니라 안전성을 검토하고 시장에 진입하는 건데, 이에 대해 자꾸 말하는 게 타당한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 규제 상황을 보면 최근 굉장히 강화됐다. 어느 나라든지 문제가 발생하면 제조회사에 바로 연락이 간다. 안전성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안전성 · 유효성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선진국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가는 형태가 합리적이라는 박성호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이를 과거에 지속적으로 제안해왔다. 지금은 거의 포기상태이다. 미국의 경우 FDA 허가 시 시장 진입이 그냥 되고,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나라마다 지불보상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외국제도를 우리나라에 일률적으로 적용했을 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이 건에 대해 더 이상 주장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의료기기의 경우 다품종 소량이며 다양성이 극대화된 산업이기 때문에 좋은 취지로 만든 제도임에도 엄격한 적용이 업계를 옥죌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재평가에 대해서는 "어느 의사결정 관계 기관에서 재평가를 논의 안 할까? 기우라고 생각한다. 다만 재평가 방법에서 근거 축적 방안, 근거 축적 주최, 책임부담 등의 논의를 신중히 해야 한다. 의료기기는 1등급부터 4등급까지 있고 기술 난이도가 각자 다르다. 그런데 선진입 후평가 맥락에서 보면 동일한 잣대로 모든 기술을 평가할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나는 이게 행정 낭비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 우려에 대해서는 "선진입 후평가 제도는 우리나라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다 하고 있다. 어느 나라 정부가 국민 · 환자를 희생해 신기술을 적용하려 할까?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하는 거다. 정부가 노력하는데 그 싹을 뭉개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성호 교수는 "식약처에서 의료기기의 안전성 · 유효성 평가를 충분히 한다는 건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소비자를 못 믿게 하는데 공급자가 안전하고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소프트웨어 안전성의 경우 감전되는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잘못됐을 경우 그 뒤에 잇따르는 부작용을 말하는 것이다. 15년의 예를 든 것은 식약처의 프로세스와 네카 · 심평원의 프로세스를 한꺼번에 평가한다는 거 자체가 비논리적이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물론 한자리에서 평가할 수는 있으나 근거가 없기 때문에 모든 신의료기술은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무도 그걸 원하지는 않을 거다."라고 반박했다.

현 문제가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두고 급여를 얘기하는 점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의료기관에서는 해당 기술이 환자에게 도움된다고 판단하면 급여가 없어도 사서 사용한다. 의료기관이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신의료기술로 통과시킨 뒤 무리하게 급여를 주려고 해서 문제가 된다. 급여 같은 것을 다 잊어버리고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건 자연스럽게 퇴출당하는 외국 제도를 받아들이자는 게 내 주장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