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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SSRI규제철폐 논쟁, 정신과학회의 편견 안타깝다

신경과 김종성 교수, “밥그릇 싸움 오해…환자 권익 우선”

정신과가 아닌 타과에서의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처방 60일규제가 철폐돼야 한다는 논쟁을 둘러싸고 신경과학회 이사장이 정신과 의사들의 편견과 오해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나섰다.

대한신경과학회 산하 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장인 김종성 교수(서울아산병원)는 최근 정신과의 한 교수로부터 받은 편지에 대해 답장을 하면서 “정신과가 이번 사안을 밥그릇 싸움으로 곡해하고 중증 환자의 SSRI규제 철폐에 반대하면서 주변과 담을 쌓고 있다”며 취약한 환자의 정신건강을 우선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SSRI는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항우울제의 일종이다. 신경과에서는 신경계 질환에 동반되는 우울증에 SSRI를 처방하고 있지만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 상,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면 SSRI를 60일 이상 처방할 수 없다. 이에 SSRI를 두고 신경과와 정신과 사이에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종성 교수가 SSRI규제 철폐에 대응하는 정신과 의사들의 이기주의를 꼬집은 것은 정신과 학회의 한 교수와 오고 간 편지에서 비롯됐다.

앞서 신경정신과학회 홍보이사 신영철 교수(강북삼성병원)는 모 매체의 기사에서 김종성 교수가 신경과에서의 SSRI 사용에 대해 정당성을 피력하던 중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과 민간보험가입에 불이익이 있다'고 언급된 것에 대해 강력한 항의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신 교수는 ‘망발이요 무식한 소리다, 범죄자이자 살인마다, 비열한 범죄행위’라는 다소 격양된 표현으로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김종성 교수는 이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답신을 보내며 정신과 의사들이 신경과에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전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현재 SSRI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신과 의사들의 이기주의에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우선 김 교수는 일각에서 SSRI 규제 철폐를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에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는 “SSRI규제 철폐는 정신과로 가기 어려운 중증 뇌질환 환자의 치료와 권익 보호를 위한 신경과의 노력인데도, 정신과 의사들은 이같은 신경과의 행보에 신경과 개원의의 밥벌이 때문이라든지, 정신과의 영역을 침범하려한다는 식으로 곡해하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신과에서는 우울증을 무조건 정신과에서 봐야한다는 식”이라며 “이들은 중증 환자의 SSRI규제 철폐에 대해 적극 반대하면서 주변 과와 담을 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가 SSRI 규제 철폐에 반대하는 정신과 의사들을 강력히 비판하는 것은 SSRI규제 때문에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비정신과 의사의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줄고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교수는 서한에서 그간 환자를 치료하는 동안 SSRI규제 때문에 더 이상의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한 환자는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으면 뭔가 불이익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무조건 정신과는 안가겠다고 버텼다가 어쩔 수 없이 투약이 중단됐다”며 “또 다른 환자는 거동이 불편해 매번 아들이 휴가를 내며 함께 동행 했는데 정신과까지는 더 이상 못가겠다고 하며 항우울제 사용이 중단됐다”고 토로했다.

의사로서 정신과에 가도록 환자들을 설득하지만 일부는 거동불편과 여러 기존질환, 금전적 어려움 등으로 정신과에 가지 않아 우울증 치료가 중단되면서 증세가 심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경우 책임은 정신과에 가기 거부하는 환자들이 아니라 SSRI규제에 있는 것”이라며 “환자의 우울증이 중하다면 당연히 정신과로 가야하지만 그 이전에 환자는 어느 과에서나 우울증을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정신과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울증에 대해서도 정신과 의사의 독점진료가 아니라 정신과와의 협력 아래 비정신과 의사도 관심을 갖고 제대로 진단해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두통과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의 증상으로 비정신과 의사를 먼저 찾아오기 때문이다. 신경계질환의 경우도 우울증은 뇌 손상이후에 발생하므로 신경과의사가 가장먼저 발견한다.

그는 “10년 가까이 지속된 SSRI 규제 때문에 생긴 폐해 중 하나는 비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라며 “어차피 두달 후면 정신과로 보내게 되는 상황에서 정신증상에 대해서는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SSRI를 두고 정신과의 견제가 강하다보니, 최근 신경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우울증 교육에서는 강의를 하기로 했던 정신과 의사들이 참석하지 않게 된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김종성 교수는 “과 간의 상호교류는 결코 상대방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다”라면서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의 권익과 타 과를 함께 아우르는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