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에 의협과 병협의 희비가 엇갈려 주목된다.
정부는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2일 오전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보건의료·관광·콘텐츠·교육·금융, 물류·소프트웨어 등 7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135개 정책추진과제가 포함됐다.
보건의료 분야와 관련해서는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 지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유치 ▲의과대학 산하 기술지주회사 설립 ▲해외환자 유치 ▲의료분야 해외진출 확대 ▲보건의료 연구 활성화를 추진과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의료기관이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자법인을 세워서 부대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제자유구역의 투자개방형 외국인 병원 규제를 완화하며, 제주도에 신청된 제1호 투자개방형 병원의 승인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숙박업, 해외환자유치 등만 허용됐던 자법인 부대사업 범위를 기존 계획보다 더 확대해 자법인이 건강기능식품, 음료 연구개발 등의 사업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올 하반기에 의료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또한 자법인을 통해 메디텔 등록시 모법인의 유치실적을 자법인 실적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시행령을 8월 안으로 개정하고 메디텔 내 의원급 의료기관 임대를 허용할 수 있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을 8월 내에 개정하며 메디텔과 의료기관간 시설분리 기준 역시 완화할 수 있도록 문화체육부 고시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 기준 역시 완화해 의과대학 산하에 ‘기술지주회사’설립을 허용하기로 했으며 특히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설립 허용 기준을 완화했다.
정부는 또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기관 해외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도 밝히며 이를 위해 “국제의료특별법을 제정하고 이를 통해 해외환자 유치 규모를 현재 수준인 21만 명에서 2017년 5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정부의 통큰 발표에 이전부터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에 크게 반대해왔던 대한의사협회는 강력한 반감을 나타내며 반대의 뜻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정합의에서 충분히 의견을 모으기로 했음에도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고 황당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영리화 논쟁과 맞물려 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제대로 된 검증은 커녕 정부가 전문가단체와 아무런 논의도 없이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의료계와 국민의 큰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현재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과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며 오늘(13일) 중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에 강한 반감을 나타낸 의협과 달리 병원경영자들의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병협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대책 발표를 통해 그동안 우리나라의 병원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던 장애물을 제거했다”면서 “대한민국 의료발전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정부의 투자활성화대책이 그동안 병원계가 요구해왔던 보건의료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발표된 만큼 반색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병협은 이번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의료영리화 논쟁과 맞물려 의협과 시민단체의 큰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식적인 환영 논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에 의협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의료영리화정책을 크게 반대해왔던 보건의료노조와 시민단체 역시 강력한 반감을 나타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정부의 투자활성화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성명서를 내고 “이름만 투자개방형병원일 뿐 국내자본이 투자되고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는 만큼 사실상 영리병원을 합법화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특히 의대 산하에 기술지주회사 설립 하는 것을 허용하는 안에 대해 “대학병원이 의료기술 특허를 소유하고 사업화해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며 “국민들이 병원의 수익추구를 위한 대상으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보험사나 외국보험사와 계약을 체결한 외국인 환자에 대해 국내보험사의 유치행위를 허용함으로써 보험회사가 환자 공급을 좌우하게 되는 미국식 의료제도를 급속하게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역시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2일 정오 설명회를 열고 “정부가 국민을 실험용 쥐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번 대책으로 대형병원들이 영리자회사를 소유하고 직접적인 이윤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이는 영리자회사 설립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일부 대학에서 운영중인 의대 산하 기술지주회사만 봐도 건강기능식품류와 병원전산시스템 그리고 유전체검사기술등을 매개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로 인해 의사들이 직접 이윤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되면 환자들에게 이 상품들을 권유하게 될 것이며 과잉진료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에 야당의 반발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정부의 투자활성화대책은 의료영리화의 종합선물세트”라며 “정부가 의료영리화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의료영리화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고,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시행규칙 논의를 마무리하지 않은 와중에 이전보다 강화된 보건의료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특정병원에 노골적인 특혜를 줘서라도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협과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어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