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에서 임산부 진료 시 결혼여부를 묻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개정안이 발의되어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사진, 비례대표)은 의료인이 임산부를 진료하는 경우 환자의 혼인 여부에 관한 사항을 묻거나 진료기록부등에 기록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1일 대표 발의했다.
임산부 진료 시 결혼 유무를 묻거나 진료기록부에 환자의 혼인 여부를 기재하는 경우 미혼인 임산부가 심리적인 부담과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윤명희 의원은 “미혼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방지하고 미혼 임산부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임산부 진료 시 환자의 결혼 유무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면서 이번 법률 개정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산부인과나 타과에서 임산부 진료 시 결혼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환자가 성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환자에게 이를 직접적으로 물어볼 경우 수치심을 느낄 것을 우려해 우회적으로 환자의 성생활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번 법률개정안이 의료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노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12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임산부 진찰 시 환자의 성생활 파악은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이에 따라 진단 결과나 치료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신 내진의 경우 손을 질 속에 넣어서 검사를 해야 하지만 사전에 성관계 유무를 알 경우 질경을 넣어서 검사하기도 한다”면서 “임산부 진료 시 개인 성생활 파악은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타과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며 세계적으로도 명기된 필수 체크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환자가 느낄 수치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환자의 의료적 피해를 방지하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성생활을 반드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노준 회장은 “지금도 의료 현장에서 여성 환자 진료 시 결혼 여부를 알아야 할 때 되도록이면 여성 간호사나 의사가 다른 환자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등 여성 환자의 수치심을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의 수치심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률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인들이 의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이번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