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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정신과] '주요우울증'과 '양극성 우울증'의 차이와 진단방법

전 덕 인

한림의대 성심평촌병원 정신과

 

Dept. of Psychiatry,

Hallym Medical Center,

Hallym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우울증은 단순한 단일 질병이 아니라 여러 질병이나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주요우울증(major depression, 흔히 우울증이라고 부름)이며, 흔하지만 심하지 않은 경도 우울증(minor depression), 신체질병이나 뇌의 문제에서 비롯된 기질성 우울증,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적응장애, 그리고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 조울증이라고 알려짐)의 우울증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주요우울증과 양극성 우울증(bipolar depression)은 같은 기분장애(mood disorder)에 속하고 일견 같아 보이지만 다른 질병으로 분류된다. 역학, 임상양상, 경과, 치료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두 질병 모두에서 우울증이 나타난다는 점이 공통점이며, 조증(mania)이나 경조증(hypomania)의 유무가 주된 차이점이다. 그러므로 과거력이 명확하지 않으면 주요우울증과 양극성 우울증을 구별하기란 매우 어렵고, 그 결과 잘못된 진단으로 치료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양극성 우울증이 주요우울증(양극성 우울증에 대비하여 단극성 우울증이라고 한다)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고자 한다.

 

양극성 우울증의 중요성

 

양극성 장애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질병이다. (경)조증과 우울증이라는 양 극단이 하나의 질병에 번갈아 나타나거나 공존할 수 있지만, 환자나 가족들은 오직 조증 상태만 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조증 상태에서의 증상이 워낙 뚜렷할 뿐 아니라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이고 낭비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병원에 오는 경우는 대개 조증 상태이다. 그러나 조증 상태가 전체 조울병에서 차지하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으며, 조증보다는 양극성 우울증이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양극성 우울증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증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며 진단을 놓치기 쉽다. 환자와 보호자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이를 간과하는 편이다. 양극성 장애 환자의 1/3 정도가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으며 양극성 장애 환자의 절반 이상이 단극성 우울증으로 진단 받은 적이 있다고 할 정도이다.(Hirschfeld 등, 2003)

둘째, 환자가 느끼는 괴로움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기분이 들뜨고 자신감에 차 있던 조증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우울한 상태는 몹시 힘들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셋째, 환자들은 조증보다 훨씬 많은 기간(3배 이상)을 우울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Judd 등, 2002)

넷째, 이 시기에 자살이 많다. 양극성 장애의 자살 위험성은 매우 높은데 대개 우울한 상태 또는 혼합형 상태에서 자살을 한다.

다섯째, 치료가 까다롭다. 사실 양극성 우울증의 치료는 임상 의사에게는 딜레마이다. 우울증을 치료하자고 항우울제를 잘못 사용하면 조증이 유발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약물투여에 제한을 받게 되며 신중해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요즘은 양극성 장애에서 조증보다는 우울 상태에 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새로운 치료 방침이 개발되고 있다.      

 

양극성 우울증과 단극성 우울증의 차이 (Table 1)

 

1. 환자의 인구학적 및 임상적 특징

역학 조사에 의하면 단극성 우울증은 여자가 남자보다 2~3배 많으며 20대 이후의 중년에서 호발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제1형 양극성 장애는 남녀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보다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편이다. 그러나 제2형 양극성 장애는 남녀비가 단극성 우울증과 거의 비슷하다. 발병나이와 성별은 개별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에서 사실 별다른 도움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가족력이 우리에게 보다 확실한 정보를 준다. 양극성 장애의 가족력이 있다면, 또는 가족 중에 우울증을 포함한 기분장애를 경험했던 사람이 많이 있다면 우울증 환자에서 양극성 장애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단극성 우울증보다는 양극성 장애가 유전적 소인이 강하기 때문이다.(Bowden, 2005) 또한 양극성 장애 환자는 약물의존, 불안장애 등의 공존질환이 단극성 우울증에 비해 더욱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2. 진단적 특징

양극성과 단극성 우울증 모두 정신과 진단체계인 DSM-IV에 의하면 현상학적으로 동일하다고 하겠으나 나타나는 증상은 다소 다르다. 단극성에 비해 양극성 우울증은 불안, 흥분, 초조, 불면증, 신체증상 등이 적고, 오히려 늘어지거나 무기력하고 덜 움직이는 편이며 과수면이 많다고 한다. 즉 비정형적 특징(atypical feature)이 강한 편이다. 따라서 우울증상이 어떤 양상이냐에 따라 양극성 장애일 가능성이 있다.

산후 우울증도 단극성이라기 보다는 양극성 장애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따라서 산후에 우울증이 나타났다면 예전에 (경)조증의 기왕력은 없는지 점검하고 향후 약을 투여함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항우울제를 투여했을 때 (경)조증 증상이 나타났었던 환자 또는 가족 중에 그러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양극성 우울증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한다.

  

결 론

 

양극성 우울증은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진단을 정확히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의사가 양극성 우울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병력의 세심한 조사와 기분장애 질문지와 같은 선별검사(전덕인 등, 2005) 또는 진단적 검사의 사용이 추천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현재 우울증이라고 하더라도 양극성 장애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① 양극성 장애의 가족력(특히 1차 친족), ② 항우울제 투여로 유발된 (경)조증, ③ 3번 이상 재발된 우울증, ④ 비정형 특징을 가진 우울증, ⑤ 이르게 발병한 우울증(<20대 초반), ⑥ 산후 우울증, ⑦ 항우울제에 반응이 없는 우울증 등이다. 만일 양극성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항우울제 만을 투여하기 보다는 lithium, divalproex, lamotrigine과 같은 기분조절제를 우선 선택하거나 최소한 항우울제와 병용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출처 : DiaTreat Vol.5, N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