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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아동학대 신고 않으면 6개월 자격정지 안, 법리적으로도 부당

책임주의·명확성의 원칙 위반, 형평성·현실성의 결여 등 문제 많아

의사가 진료 중 아동학대를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그 의사에게 6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은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17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성명에서 ▲책임주의 원칙 위배 ▲명확성의 원칙 위반 ▲형평성 결여 ▲현실성 결여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청과의사회는 결론적으로 의료법 개정안 제66조 제1항 제9호의2 신설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도자 의원은 지난 5월10일 의사가 진료 과정 중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등의 학대를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의사의 면허를 최대 6개월까지 정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소청과의사회는 법리적으로 반박했다.

먼저 개정안은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소청과의사회는 “아동학대의 원인은 아동학대범이다. 아동, 노인, 장애인을 치료한 의료인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이 마치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의료인들의 탓인 것처럼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더구나 의료인의 환자에 대한 지닌 보호의무란 의료의 범주 안에서 성립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신고의무는 의료 외적인 부분에 해당하므로 의료자격 정지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명확성의 원칙도 위반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제재 요건으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기관 등에 신고를 하지 아니한 때’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소청과의사회는 “개정안은 최고 6개월의 자격 정지라는 의료인으로서는 매우 침익적인 제재를 내용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으로서 ‘정당한 사유’와 같은 막연한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수범자인 의료인으로서는 어떤 것이 정당한 사유이고 아닌지를 위 규정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워 법규 준수에 있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므로 위 규정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형평성도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령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의 별표 기준에 따르면, 무자격 의료행위(자격정지 3개월)와 같은 의료인으로서는 가장 치명적인 위반 행위는 물론, 환자유인 및 알선(자격정지 2개월), 금품수수(자격정지 2개월)에 있어서도 3개월 이하의 자격정지 수준의 행정처분을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소청과의사회는 “그런데 이에 비하여 의료인이 의료행위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신고의무를 단순 부작위에 의하여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최대 6개월의 자격정지를 가능토록 한 것은 형평성을 결여한 불합리한 규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현실성도 결여됐다고 지작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학대 흔적을 파악하기 어렵다. 아동, 노인, 장애인 학대는 은밀히 이루어지고 가해자, 피해자 모두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디다. 따라서 의료인이 진료현장에서 이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소청과의사회는 “예를 들어 소아청소년과에서 아동을 진찰할 경우 청진(이 경우에도 일정 연령이상의 아동들은 옷을 위로 많이 올리지 않음), 목, 귀, 코를 눈으로 관찰하는 것 정도가 진찰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론 학대흔적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아이, 노인, 장애인에 대해 외면하거나 식사를 주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등 정서적 학대도 증가하고 있어 특별한 외상이 없는 경우 정신과적인 상담 없이는 학대를 의심할 수조차 없는 경우도 많아 더욱 발견이 쉽지 않음.

이밖에 저조한 범죄 신고율과 의료인의 미신고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개정안 의안원문은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에서 ‘범죄 신고율이 매우 저조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원인으로 ‘면허자격의 정지 등 제재처분의 대상으로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을 들고 있다.

이에 소청과의사회는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 과연 아동학대 범죄 신고율이 정말로 매우 낮은 것인지, 그 원인이 의료인이 신고의무를 다하지 않기 때문인지를 확인할 수가 없어 단지 막연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따라서 개정안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소청과의사회의 입장이다.

소청과의사회는 “법조항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적절해야 하고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에 맞게 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은 학대범죄 행위 감소 내지 학대범죄 신고율 제고 효과는 보장되지 않는 반면 개정안으로 인한 의료인의 권익 침해는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